<미래포럼> e비즈니스의 시작은

◆이백용 바이텍씨스템 대표이사 baiklee@bitek.co.kr

몇 해 전부터 IT업계의 눈에 띄는 움직임 가운데 하나는 유선상의 인터넷 환경이 검색엔진에서 시작하여 포털, 그리고 전자상거래로 계속 변화하고 이제는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들이 무선상으로의 확장을 활발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하여 많은 기업이 e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하고 있고 더 나아가서는 모바일 e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 기업들이 급변하는 지식기반사회에서 살아 남기 위한 기업 내부로부터의 변화로 e비즈니스 인프라 투자가 활발해진 것이다.

그러나 국내기업의 경우 외국기업에 비해 장기적 안목을 필요로 하는 e비즈니스 인프라 투자에는 다소 인색한 것 같다. 충분한 시간과 투자예산 없이 오히려 짧은시간 안에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결과를 바라는 것 같다.

지난 3월 전자상거래연구조합이 발표한 ‘30대 기업그룹 e비즈니스 현황과 확산과제’라는 보고서에는 국내 산업계를 대표하는 30대 그룹의 e비즈니스 추진실적이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그룹 498개 계열사(금융계열 제외) 중 불과 10.2%에 해당하는 51개 기업만이 e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해 인터넷상거래를 위한 e마켓플레이스 구축엔 어느 정도 투자를 했으나 공급망관리(SCM)나 고객관계관리(CRM) 등 전반적인 e비즈니스 기업으로의 변신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물렀다고 한다.

지난 3월 초 방한한 IBM의 부사장이자 미국 대통령 IT자문위원회 회장인 어빙 라다스키 버거 박사는 “e비즈니스 인프라 구축은 IT와 e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차세대 혁명이 될 것”이라고 자신의 견해를 나타냈다. 여기에서 어빙 박사가 제시한 ‘e비즈니스 인프라’는 기업이 e비즈니스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을 의미하며 기업들이 실질적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이며, e비즈니스 기능을 지원하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를 총칭하는 말을 의미한다.

인터넷 사용 인구가 2200만명을 넘어서고 있고,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인구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통신 인프라는 세계 어느 나라에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잘 갖춰져 있다. 당시 통신시장에 대한 무리할 정도의 과감한 투자 결정이 쉽지는 않았겠지만, 그 결과 우리 나라는 통신뿐 아니라 인터넷과 무선 인터넷 분야에서 세계와 어깨를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반면에 교통 인프라는 아직 미비하여 매년 천문학적인 비용이 길에 뿌려지고 있다고 한다.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e비즈니스 인프라의 투자가 없다면 기업의 미래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e비즈니스 인프라가 최상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 하는 기업의 문화적 바탕이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어쩌면 지금 국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본격적인 e비즈니스 인프라 투자 이전에, 원칙이 지켜지고 기업의 최고 경영자로부터 사원까지 공평하게 적용되는 투명한 시스템을 만드는 기업문화 인프라의 구축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무리 많은 투자를 하여 최첨단의 e비즈니스 인프라를 갖춘다 하여도 최고 경영자와 간부들이 이를 활용하기보다 원칙과 룰을 무시하며, 임의로 일을 처리한다면 그 시스템은 쓸모없는 천덕꾸러기가 되고 말 것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로사베스 모스 칸터 교수는 최근 cnet.com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e비즈니스와 e커머스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이제는 ‘e컬쳐(culture)’라는 새로운 개념을 강조해야만 하는 시기다. 기업이나 조직, 심지어는 개인까지 새로운 업무방식, 새로운 경영방식,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이동해가는 변화가 바로 e컬쳐”라고 말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문화에 대해서 역설하고 있다.

이제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효율적이고, 유연한 기업환경 구축을 위해 e비즈니스 인프라 투자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질 때다. 따라서 원칙에 따라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기업 문화 인프라의 마련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때다. 그러한 맥락에서 국내의 많은 기업이 서두르고 있는 e비즈니스를 위한 인프라 투자와 지식경영의 노력도 바로 이 원칙이 통하는 투명한 기업문화 인프라 마련을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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