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통신업계 구조조정 회오리

 미국 등 세계 경제 불황이 확산되면서 모토로라와 노키아, 루슨트테크놀로지스 등 세계적인 통신관련 업체들이 인원감축은 물론 적자 사업부 매각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먼저 세계 제2위의 휴대폰 제조업체 모토로라(http://www.motorola.com)는 올해 들어 2만2000여 명의 직원을 해고한 데 이어 추가 비용절감과 현금확보를 위해 5개 사업부 중 수익성이 떨어지는 2, 3개 사업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버트 그로니 사장이 11일 발표했다.

이 같은 발표는 모토로라가 하루 앞서 15년 만에 처음으로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직후 제2단계 구조조정을 밝혔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로니 사장은 매각 대상 사업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월스트리트 등의 산업 분석가들은 모토로라가 개인이동통신단말기(PCS) 사업부를 제외하고 광대역 통신, 통합전자 시스템 등 2, 3개 사업부가 현재 만성적인 적자 상태라며 따라서 이들 사업부의 매각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의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http://www.nokia.com)와 제3위 업체인 에릭슨(http://www.ericsson.com)은 20일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양사 역시 매출 부진을 이유로 실적 경고를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최근 뉴욕 증시에 퍼진 부도설로 곤혹을 치렀던 루슨트테크놀로지스도 올 2·4분기에 1만6000명의 근로자를 감원하는 것을 비롯해 연말까지 20억 달러에 이르는 대대적인 리스트럭처링 계획을 내놓았다.

캐나다의 대표적인 통신장비회사인 노텔네트웍스도 영업실적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당초 1만명으로 계획했던 감원 규모를 1만50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러한 통신장비업계의 감원바람은 비단 미주지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스웨덴의 에릭슨은 이동전화 부문의 수익악화를 고려해 2100명의 근로자를 감원하고 추가 채용을 동결하기로 했다. 에릭슨은 또 생산공장을 제외한 관리, 마케팅, 공급망, 연구부문 등 전 사업부문에 걸쳐 대대적인 비용절감에 나설 방침이다.

세계 최대의 이동전화단말기 생산업체인 핀란드의 노키아도 네트워크 부문의 근로자 400명을 감원하는 동시에 광대역(브로드밴드) 시스템 부분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선다고 밝혔다.

구조조정 바람은 최근 통신 서비스 업계에도 확산되고 있다. 영국 최대 통신회사인 브리티시텔레콤(BT http://www.bt.com)이 최근 약 300억파운드(약 57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사옥까지 매각하는 등 비상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http://www.ft.com)에 따르면 BT는 올해 초 전국에 산재해 있는 100여개 사무실 빌딩을 모두 부동산 회사에 매각(20억파운드)한 후 이를 임차해 사용하는 한편 최근 5만8000대의 차량도 리스 회사에 판매하려고 내놓았다.

만약 이 거래가 성사되면 BT는 추가로 약 10억파운드(약 1조9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T는 이에 앞서 전화번호부와 이동통신, 전화회선 망 사업부도 “가격만 맞으면 모두 처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BT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노력이 최근 수익성 악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앞으로 직원들의 대량 해고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회사 내부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현재 BT에서 교환기 등 IT시설 및 운송 등을 지원하는 사업부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만도 8000여명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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