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벤처기업(639)

정치 입문<1>

국회의원 선거가 시작되었다. 정계로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치러야 할 관문이 바로 선거였다. 내가 살아오면서 선거를 해 보았다면 초등학교 때와 중고등학교 때 반장선거가 고작이었다. 그것도 내가 직접 출마한 경우는 초등학교 때가 유일했다.

중고등학교 때는 주로 담임선생의 주관에 따라 선거를 하지 않고 직접 지명한 경우가 많았다. 학생들의 여론을 들어 그 자리에서 추대한 경우도 있고, 담임이 이미 마음속에 결정한 다음 선언하듯이 지시한 경우도 있다.

선거를 하지 않고 지명했던 담임 선생이 그때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당시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으나 이제 선거를 하면서 그말의 진실을 깨닫게 되었다.

“선거라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초이고 좋은 것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선거란 적과 동지를 표면화시키면서 쓸데없는 갈등을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동시에 당선된 사람은 좋겠지만 떨어진 사람은 상처를 준다. 그래서 나는 선거를 싫어한다. 누가 반장 될래. 하고 싶은 놈 손 들어 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러자 담임은 학생들을 훑어보더니 공부를 일이등 다투는 친구를 지명했다. 그는 지난해에 반장을 했던 일이 있었다. 자기를 지명하자 그는 펄쩍 뛰면서 사양했다. 사양하는 이유는 자신이 반장이 되면 성적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시간을 빼앗기니까, 일이등을 다투는 입장에서 불리할 것이 틀림없다. 그 학생이 사양하자 담임은 다른 학생을 내세웠다.

그러나 지명이 아닌 경선을 할 경우 양상이 달라진다. 내 기억에 남는 학창시절의 선거는 내가 반장선거에 출마한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나는 나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일부 친구들이 억지로 떠밀다시피 밀었다. 그렇다고 남의 말만 듣고 출마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나도 막연하게나마, 호기심과 용맹심이 작용했다. 나 역시 공부를 잘하는 측에 끼어 있었고, 주위 친구들이 잘 따라 주었다. 그러나 타고난 소극성과 수줍음을 잘 타는 탓에 그동안 단 한번도 선거에 나간 일도 없고, 담임이 추천하면 기겁을 하고 사양했던 것이다.

일단 출마하기로 결정을 하고 나자 과연 당선이 될까 무척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부반장 러닝메이트를 고를 때 여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대통령과 부통령 선거처럼 반장을 뽑는데 부반장은 러닝메이트로 함께 따라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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