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출이다>(8)광저장장치-소문없이 세계시장 석권 알토란

◆반도체처럼 요란하지는 않으나 소리소문 없이 세계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품목. 국산 광디스크드라이브를 일컫는 얘기다.

산업자원부가 집계한 지난해 국내 광디스크드라이브 수출액은 총 17억달러(약 2조원). 이는 수출용 PC에 장착되는 것을 제외한 수치로 이를 포함할 경우 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전통적인 수출 효자 제품이었던 컬러TV, VCR의 지난해 수출 액을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다. 순위도 크게 뛰어, 컬러 TV, VCR 등을 크게 제치고 국내 전자제품 수출 품목 랭킹 7위에 올라섰다.

수출상승세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98년 대부분의 국내 전자제품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인데 반해 광디스크드라이브는 그해 5.4% 소폭 신장한 데 이어 지난 99년에는 42.6%, 그리고 지난해에는 10대 전자제품 수출 품목 가운데 가장 높은 75.7%의 폭발적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러한 높은 성장세로 인해 광디스크드라이브가 총 전자제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8년 1.7%에서 2000년에는 2.5%로 높아졌다.◆

◇세계 1, 2위를 다투는 국내업체들 =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광디스크드라이브를 개발, 생산해온 업체는 단 2곳.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전부다. 그러나 두 업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이미 30%선을 돌파, 10여개 업체가 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일본·대만과 동등한 수준이다. 올해부터는 LG전자와 히타치가 합작설립한 HLDS가 LG전자의 바통을 이어받아 삼성전자와 함께 수출첨병으로 나서게 된다.

세계시장에 먼저 뛰어든 업체는 LG전자. 지난 94년 국내업체로는 처음으로 2배속 CD롬 드라이브를 생산하기 시작한 이 회사는 99년 CD롬 드라이브 판매 급증에 따라 수량기준으로 세계 1위업체로 올라선 데 이어 지난해에도 1위 자리를 지켜냈다.

LG전자는 지난해 CD롬뿐만 아니라 CDRW에서도 총 750만대를 생산, 23%의 시장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명실상부한 광디스크드라이브 1위업체로 자리매김한 것. LG전자가 CDRW를 처음 생산한 때가 지난 99년 4분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생산 1년 만에 1위업체로 우뚝선 것.

삼성전자도 지난 94년부터 제품 생산에 착수, 연 100%라는 경이적인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의 성장세는 눈이 부실 정도다. 지난 98년까지만 해도 판매대수 기준, 8위에 그친 삼성전자는 지난 99년 CD롬 드라이브 생산이 크게 늘면서 3위에 올라섰고 지난해에는 DVD롬(1위), DVD롬과 CDRW기능을 통합한 콤보드라이브(1위), CD롬드라이브(2위) 등 전분야에 걸친 약진에 힘입어 LG전자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두 업체는 1억7600만대 규모로 추정되는 지난해 광디스크 드라이버 시장에서 3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3위권 업체가 연간 1500만대 정도를 공급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두 회사는 컴팩, 델컴퓨터, HP, IBM 등 10대 대형 PC업체를 수요처로 확보, 안정적인 매출기반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올해에는 HLDS와 삼성전자와의 1위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HLDS는 CD롬, CDRW뿐만 아니라 DVD롬, 콤보드라이브 등 전분야에서 1위를 달성할 계획이다. 히타치와 합작사를 설립한 것도 이러한 전략이 구체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CD계열에서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지만 DVD분야에서는 세계 선진업체에 비해 뒤떨어진 것이 사실.

따라서 DVD분야에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히타치와 합작회사를 설립, 서로의 장점을 더해 광디스크 전분야를 석권한다는 야심찬 포부다.

HLDS는 올해 총 4000만대, 2조3000억원의 매출목표를 수립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DVD롬, 콤보드라이브의 선전을 바탕으로 올해에는 약점으로 지적돼온 CDRW분야에도 적극적인 영업을 펼쳐, 내심 1위까지도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CDRW나 DVD롬·콤보드라이브 등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을 확대, 단순 판매대수 증가보다도 수익 및 매출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3개업체만이 생산중인 콤보드라이브의 시장확대를 통해 차세대 광디스크드라이브 제품에서 삼성전자의 이미지를 심어놓을 방침이다.

이 회사는 전년보다 20% 이상 성장한 2조원대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LG와 삼성 두 업체의 매출 계획이 순조롭게 달성된다면 국내 기업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40% 가까이 치솟아, 사실상 세계 광디스크 드라이버 시장이 국내업체들의 과점체제로까지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우스갯소리로 이들 업체가 맘을 먹기만 한다면 대형 PC업체들까지도 골탕먹일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선 셈이다.

◇PC산업의 위축에도 지속 성장 예약 = 광디스크드라이브는 대부분 PC에 장착되거나 연결되는 형태로 판매되기 때문에 PC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올해 PC산업은 전세계적인 IT경기 위축에 따라 그동안 유지해온 고성장기조가 퇴조, 10%대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PC의 평균판매 가격 인하에 따라 매출액 기준으로는 마이너스 성장까지도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광디스크드라이브의 가격 인하 압력도 거세지고 있으며 CD롬 드라이브의 경우 수출 단가가 전년 동기대비 50% 가까이 하락한 30달러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그러나 이같은 가격 인하로 인해 PC에 채택되는 광저장장치가 CD롬 드라이브에서 CDRW, DVD롬 등 고가제품으로 바뀌고 있으며 이러한 제품군 변화에 따라 전체적인 매출액은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 업체들은 제품군 변화에 적극 대처, CDRW, DVD롬 등 점차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라인업을 확대, 매출과 수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HLDS의 경우 올해 매출의 절반정도를 CDRW제품에서 달성할 계획이며 20% 정도의 매출은 DVD롬이나 콤보드라이브 제품에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DVD롬 드라이브 제품에서 20%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할 계획이며 콤보드라이브 제품은 50%의 시장 점유율이 목표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70%의 매출비중을 차지했던 CD롬드라이브 비중이 50%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차세대 시장 제품에 대한 대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올 연말께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DVD 기록 시장에 대비, DVD기록 제품 개발을 진행중이며 PC뿐 아니라 MP3플레이어, 디지털TV 등 다양한 디지털미디어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광디스크 제품 개발에도 착수한 상태다.

이미 도래하고 있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대비한 국내 광디스크드라이브 업체들의 힘찬 발걸음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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