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스페인 영화. ‘내 마음의 비밀’은 호기심 많은 소년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따뜻한 가족과 아름다운 세상의 이야기다.
영화는 국내에 개봉됐던 다른 성장기 영화처럼 지극히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관심사에서 출발하지만 자극적인 내용 없이도 인생에 대해 넉넉하고 따뜻하게 보듬어 안는 포용력을 보여준다.
감독은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이 작품을 통해 누구나 한번쯤 겪어 봤음직한 어린 시절 무서움에 대한 턱 없는 공포와 그것을 짓누르는 호기심, 이성에 대한 야릇한 환상, 어른들의 세상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순수하고 투명하게 그려낸다.
겁이 많고 소심한 하비는 평범한 9살 소년. 아버지가 없는 그는 사랑하는 엄마와 삼촌의 곁을 떠나 형 후안과 함께 이모들이 사는 도시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다.
늘 술을 마시며 요리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마리아 이모와 양장점을 하는 로사 이모는 엄격하지만 그들을 사랑으로 보살펴준다. 하비는 학교수업이 끝나면 친구와 함께 시체가 묻혀 있다는 소문이 떠도는 빈 집을 둘러보거나 친구의 엄마로부터 춤을 배우면서 하루를 보낸다.
부활절 휴가를 맞아 집으로 돌아온 하비는 엄마가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방에 대해 호기심을 품게 된다. 형 후안으로부터 그 방은 아버지가 자살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듣지만 호기심을 못이긴 하비는 몰래 방 안에 들어가고 결국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늘 따뜻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 삼촌과 이모의 편지를 받고 눈물을 흘리는 엄마, 어린 손자의 재롱에도 무뚝뚝하기만 한 할아버지, 한번도 엄마를 찾아가지 않는 이모들, 옛사랑을 만난 마리아 이모의 갑작스런 가출에 이르기까지, 이제 하비는 조금씩 복잡한 어른들의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더이상 꿈꾸거나 환상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 틈으로 어른들의 사랑을 훔쳐보고 의문을 품던 하비 역시 먹이를 대주며 돌봐주던 거미집을 빗자루로 쓸어내면서 자신의 환상과 결별을 선언한다.
‘느낄 수 있으나 볼 수는 없는 감정들에 관한 영화’라는 감독의 말처럼 그는 절제된 표현으로 ‘도덕적 판단 기준에 우선하는 사랑’이라는 인생의 순리를 하나씩 풀어가면서 ‘내 마음의 비밀’을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적 표현이 넘쳐나는 영화로 만들고 있다.
관객은 하비의 눈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어린 시절의 감수성으로 돌아가지만 이것이 단순한 추억에서 끝나지 않고 새로운 미래에 대한 아름다운 시선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설명이 구차하게 묻어나지 않는 표현은 역설적으로 관객에게 하비의 눈을 통해 세상을 같이 바라보고 이해하게 만드는 힘을 갖는다.
<영화평론가 yongjuu@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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