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말투와 다부진 표정.
또래의 프로게이머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KTB퓨처스 김정민(20)의 특징이다.
게임을 위해 컴퓨터 앞에 앉으면 자신도 모르게 생기는 자신감과 당당함 때문에 자칫 거만해 보인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그를 접해본 사람들은 그의 성격과 해맑은 웃음에 다시 한번 매료되고 만다.
“게임이요? 물론 어릴적부터 좋아했죠. 다른 친구들처럼… 하지만 ‘스타크래프트’는 다른 사람들보다 뒤늦게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이던 1998년, 친구들을 따라 PC방을 찾은 것이 계기가 돼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접한 김정민은 이때부터 스타크래프트를 향한 지독한 짝사랑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날부터 친구들을 붙잡아 밤을 새우며 억척스럽게 지도를 받았고 스타크래프트 공략집을 사들고 원리를 탐독하기 시작했다. 특히 결코 남에게 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그는 일명 고수라 불리는 친구들에게 한수 배우기 위해 자존심까지 버리고 그들을 따라다녔다. “너, 오늘 끝나고 시간있어?”라는 말이 입에 밸 정도로.
그리고 8개월 후, 어느새 김정민은 세계 래더 1000위 안에 들었고 친구의 소개로 출전한 PC방 대회에서 준우승하며 일명 ‘고수’의 자리에 올랐다. 이젠 그를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어느날부터 수업이 끝나고 나오는 김정민을 붙잡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너, 오늘 시간있어?”
1999년 제1회 코넷배 스타크래트프 대회 예선을 통과하며 프로게임계에 첫발을 내딛은 그는 ‘웨피 스타크래프트 마스터스 코리아 2000(Weppy Starcraft Masters Korea 2000)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며 KTB퓨처스의 유승이 감독에게 낙점을 받게 된다.
유승이 감독은 “착하고 여려보이는 정민이의 모습이 처음에는 걱정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나이에 맞지 않은 자신감과 냉철한 분석력, 그리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 언제가는 크게 될 선수라는 것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질 것 같지 않은 프로게이머’
이 말은 체계적으로 게임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지적해내는 그의 모습을 보며 동료들이 하는 말이다. 어떠한 상황이 주어지든 융통성있게 대처하는 경기분석력,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 등이 테란 유저 김정민을 만든 요소들이다.
특히 연습을 게을리하는 ‘프로답지 않은 프로’를 가장 싫어하는 김정민은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신념을 토대로 오늘도 컴퓨터에 앉아 새로운 전략을 탐구하고 있다.
프로토스, 저그 유저들이 게임대회를 석권하고 있는 프로게임계에서 테란의 최고봉으로 부상하고 있는 김정민이 2001년 어떤 활약을 펼칠지 주목된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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