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관계가 해빙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의 문화예술에 대해 분석하고 논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북한의 애니메이션이라면 해외 공식적인 영화제 수상작까지도 불온시하던 과거에 비하면 북한의 제작시스템과 제작사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분명 긍정적인 사실로 평가된다.
지난해 10월께부터 남북한 애니메이션 공동제작 뉴스들이 주기적으로 들려오고 있다. 대개 북한 측 파트너는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제작사는 ‘4·26 아동영화제작소’다. 평양시에 자리잡고 있다는 애니메이션 전문스튜디오인 ‘4·26 아동영화제작소’는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4월 26일 방문했다고 해서 제작소명이 그렇게 지어졌다고 한다. 이런 북한의 현실을 이해하지 않고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이나 공동제작이 원활히 진행될 수 없다. 각자의 체제를 인정하는 의식이 가장 솔직하게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신뢰도로 연계되기 때문이다.
현대아산에서 박흥용 원작의 ‘구르믈버서난 달처럼’을 공동제작한다고 최초로 발표했다. 그후 많은 제작사들이 공동제작에 대한 의견과 기획을 언론에 흘리기 시작했는데 참 신기하게도 언론에 발표만 되면 이후 진행 과정이 모호해진다. 들려오는 소식으로는 확실하게 제작진 구성과 제작 조건이 결정되지 않은 가계약 상태나 제작 가능 협약 상태에서 남한 측 기획사들이 홍보를 먼저 해버리기 때문에 북한 측 담당자들이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한다고도 한다. 최근에는 하나로통신의 합작 소식과 에이콤 넬슨신 회장의 ‘왕후 심청’ 제작 프로젝트가 신뢰감 있게 들려오고 있다.
대개 북한 비즈니스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기대하던 자본의 효율성이 되레 예상투자금액 초과를 가져와 작품 자체의 질적인 기대와는 거리가 있게 된다는 점이다.
우선 북한 측의 제작실무진과 접촉하기 위해 드는 접근비용이 북한의 제작인력을 쓰는 인건비보다 더 많다는 얘기가 들린다. 북한의 전문제작인력이 그렇게 풍부한 것도 아니며 그 제작 수준 또한 검증되지 않은 현실에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20, 30년 동안의 애니메이션 하청생산 성과물이다. 북한은 그 경험을 통해 수많은 해외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수상했으며 지금도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남한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2만여명이 넘는 전문 애니메이터들 또한 하청물량의 급감으로 예년에 50%까지 제작단가가 감소했다고 하며 이제는 하청조차 구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한다. 이런 때 보다 많은 투자를 전제로 북한의 검증되지 않는 인력과의 공동제작은 실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남한의 문화산업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에서 기획 단계로 전환되고, 중국과 동남아시아들의 하청생산기지를 북한으로 전환시킬 수 있고 제작 단계가 효율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면 북한과의 합작은 무엇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남북한 애니메이션의 공동제작은 어떤 작품을 어떤 규모의 투자비로 제작한다는 뉴스성 홍보보다 체계적으로 기획과 제작 단계를 연계해주는 종합정보센터 기능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북한과의 비즈니스는 정보의 공개가 필수적이며 열린 협상 과정과 투자 마인드가 남한의 비효율적 투자 행태를 막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후원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남북한 애니메이션 공동제작위원회의 설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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