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적 통신사업자 규제정책 묘수찾기 고심

정보통신부가 통신시장 3강 구도 체제 정립을 위해 지배적 통신사업자의 점유율을 낮추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이같은 방침이 확정될 경우 한국통신, SK텔레콤을 제외한 데이콤, 온세통신, 하나로통신, LG텔레콤 등 후발 사업자들은 3강 구도 속에 편입되기 위한 새로운 이합집산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배적 통신사업자에 대한 규제정책은 정통부가 통신사업부문 3강체제로 재편할 뜻을 비추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신임 양승택 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통신사업 구조조정 및 한국통신 민영화에 대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규제 근거=지배적 통신사업자 규제정책은 정통부가 그간 추진해온 통신정책이 상당부문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PCS사업자를 포함해 데이콤, 하나로통신, 온세통신 등 후발 통신사업자들의 시장진입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았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는 지배적 통신사업자 규제정책은 통신시장 구조조정, 이른바 ‘3강 구도 재편’과 맞물려 추진될 수밖에 없다. 정통부가 인식하는 현실은 심각하다. 정통부는 한국통신, SK텔레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자가 적자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같은 경영악화가 지속될 경우 IT산업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지식정보강국 건설에 중대한 차질이 우려된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LG그룹 통신사업 포기설도 바로 이같은 적자구조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신서비스 업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해 3개의 종합통신사업그룹과 전문사업자군으로 개편한다는 것이 정통부의 복안이다.

정통부의 지배적 통신사업자에 대한 규제정책은 복점시 한국통신, SK텔레콤 사업체제가 고착돼 장기적으로 담합에 의한 소비자 피해 및 초고속망 구축에 차질을 빚는다는 우려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정통부는 규제정책을 통해 ‘3개 사업자간 경쟁구도를 정착시켜 사업자간 질적 경쟁 촉진을 통한 정보통신산업의 발전을 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3개 사업자의 경쟁구도를 구축하기 위해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 후발사업자에 대한 상대적 지원방안 등이 폭넓게 거론된다.

◇어떤 규제가 가능한가=정통부가 마련중인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정책은 새로운 법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법령을 엄격히 적용해 후발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올리는 방법이 유력하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시행규칙을 통해 규제할 수 있는 정책으로는 사업자간 협의를 통한 마케팅 자제, 요금인가제도, 상호접속, 가입자 선로개방, 망공동구축 대책 수립 등이 꼽힌다. 특히 현재 한국통신 등 지배적 통신사업자들과 후발사업자의 상호접속료 지급시 원가에 근거한 산정방식을 적용하는 것도 검토중이다. 후발사업자 수익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무선 통신시장 환경이 다른 만큼 일방적인 규제정책보다는 사안별로 규제정책을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독점적인 시장 환경인 유선통신부문에서는 상호접속료 원가산정방식 변경, 망 공동구축 및 활용, 마케팅 자제 등의 방식이, 무선통신부문에서는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과 한통프리텔·엠닷컴, 3위 사업자인 LG텔레콤과의 시장점유율 차이를 좁히기 위한 요금 차별화, 마케팅 자제, 글로벌 로밍, 기지국 공동구축 등이 적용될 전망이다. 여기에 상시적인 M&A 진·퇴출 여건 조성, 통신망간 시너지효과 배가를 위한 구조조정 지원 방안 등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없나=일단은 정통부의 지배적 통신사업자에 대한 규제정책이 인위적 시장개편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가 ‘자율’이라는 이름 아래 3개 종합통신사업그룹과 전문사업자군으로 묶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규제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주파수 배분, 요금 인가 등 직·간접적인 규제수단 적용도 가능하지만 ‘통신시장 3강 구도 개편’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소 무리수가 동원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지배적 사업자의 반발이 예견된다. 한국통신, SK텔레콤 등은 사업자들이 마케팅 중단 등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지만 점유율이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시장 논리를 무시한 무리한 시장개입은 통신사업부문에 대한 침체도 예상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 통신시장에서 독점체제보다는 3강 구도가 유리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 하지만 규제정책이 지배적 사업자에 수익감소, 가입자 감소, 주식가치 하락이라는 마이너스적인 요인을 강요하기 때문에 향후 논란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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