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은행간 합병 여부가 마지막 고비를 맞고 있는 가운데 양사가 서로 다른 전산시스템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양사의 이같은 움직임은 만약 있을지도 모를 통합에 대비, 전산시스템부문의 주도권을 겨냥한 ‘덩치 키우기’ 성격이 강해 전격적 통합에 이를 경우 중복투자 시비도 우려된다.
◇내 갈길 가는 양사 전산시스템=두 은행은 장기 전산시스템 구축사업을 지속하거나 신규 프로젝트 발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미 2년전 ‘차세대시스템 구축’이라는 장기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올 상반기까지 시스템 개발을 완료키로 했다.
국민은행은 단위별 시스템 구축사업인 고객관계관리(CRM), 데이터웨어하우징(DW), 종합수익관리시스템을 개발완료, 오는 10월까지는 현 시스템을 완전히 대체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또 연내 CRM의 인터넷 버전인 eCRM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 은행의 한 관계자는 “일단은 차세대시스템을 위한 단위별 시스템 개발사업을 마무리하는 중”이라며 “합병이 추진되는 경우에 대비해 데이원·데이투 등 가상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대동은행과 장기신용은행을 합병한 노하우를 거울삼아 이번 주택은행 합병시에도 어느쪽이든 최종 결정되는 기본 전산시스템에 다른 시스템을 수정·보완하는 방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주택은행 역시 최근의 합병협상과는 별개로 신규 전산시스템을 잇따라 발주하고 있다.
이 은행은 올초까지 LGEDS시스템을 통해 1단계 CRM 운영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이달에는 한국NCR와 LGEDS 컨소시엄에 2단계 분석CRM 등의 시스템 구축사업을 발주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총 사업비 50억원이며 오는 9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SI업체들도 촉각=한국IBM·LGEDS·한국NCR 등 두 은행의 시스템 구축을 추진해 온 시스통합(SI) 업체들은 두 은행 합병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업추진에도 조심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국민은행 시스템 구축을 수행해 온 한국IBM은 “합병문제로 자세한 사업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합병도 합병이지만 IT 전산화에도 적지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며 “합병당사자인 두 은행에 어느 한쪽의 시스템을 일방적으로 사장시키는 방식을 요구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두 은행 중 한가지 시스템이 선정되고 다른 하나는 거기에 맞춰 수정·보완될 가능성이 커 두 은행의 주도권 잡기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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