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P, 홈PC사업 연착륙 가능할까

‘굿바이 첫사랑, 반갑다! 2번째 PC-’

국산 PC를 철부지 첫사랑으로 비유하는 공격적 광고를 앞세워 주목받았던 한국HP의 홈 PC사업이 순조로운 시장진입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HP의 홈PC사업 재추진은 통신분야에서 강력한 로컬업체(삼성전자·LG전자)의 도전으로 이동전화 단말기시장에서 퇴출됐다 절치부심, 한국시장에 재진입한 모토로라의 사례를 연상시켜 더욱 화제를 뿌리고 있다.

HP와 모토로라가 각각 컴퓨터 및 통신기기 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엇비슷하다. 더욱이 국내시장이 일반 소비자(엔드유저)를 대상으로 한 단품 판매부문에서는 유난히 외국계 기업에 배타적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모토로라의 예를 모델 케이스로 HP의 소프트랜딩 여부를 점치기 바쁘다.

한국HP는 3월 말까지 대략 3500여대의 홈PC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10일부터 시판에 나선 것을 감안하면 실제 판매 일수는 50여일이다.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는 반론도 있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HP의 실적을 두고 “연착륙 가능성을 보여 줬다”는 긍정론과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부정론이 엇갈리고 있다.

낙관적 전망은 주로 HP관계자들이 주도한다. 이 회사는 “2월에는 제품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3월 판매실적이 70% 이상을 차지했다”며 “내부에서는 초기 진입치고는 괜찮은 수치라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HP 최진엽 차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에 접근하고 있어 초기 시장 결과에는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며 “올 하반기까지 지속적으로 채널 및 모델을 확장, 전체 홈 PC시장에서 3∼5% 정도를 차지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경쟁사들은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실적치를 액면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올해 1·4분기 국내 PC시장 규모는 대략 76만여대. 이중 한국HP의 주 공략타깃인 홈 PC시장은 전체시장의 절반 정도인 38만대 정도로 추산돼 1% 미만의 시장을 차지한 셈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업체의 한 관계자는 “공격적인 마케팅과는 달리 아직까지는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거나 마케팅이 본궤도에 진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다만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는 상당히 효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돼 하반기 시장 흐름을 주목할 것”이라고 설명, 확실한 평가를 유보했다.

지난 97년 국내시장 진출 이후 이번이 두번째 시도인 한국HP의 홈 PC시장 공략이 그들의 광고처럼 ‘2번째 사랑’에서 결실을 맺을 지는 하반기 실적이 말해줄 것으로 보인다.

모토로라 역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단말기 시장의 20% 가량을 점유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HP의 시장 연착륙은 유통망 확충, 애프터서비스 체제 구축, 가격 경쟁력 확보 등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삼성전자나 삼보컴퓨터를 단숨에 제치겠다는 욕심만 없다면 소프트랜딩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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