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자상거래 표준화에 적극 나서야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국제 표준화 활동이 미흡해 우리가 e무역 주변국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미래 유망산업으로 떠오른 전자상거래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의 민간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제도개선 및 표준화에 나서는 것과는 달리 국내 업체들은 이를 외면하거나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국제상거래 환경에서 스스로 뒤지는 우를 범하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동안 오프라인 형태로 이뤄지던 국제간 상거래 관행이 차츰 전자상거래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히 우려되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거래가 편리하고 비용이 절감되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일이다. 특히 수출에 경제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우리의 경우 이러한 불이익이 곧바로 수출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자칫하면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중대한 사안이 바로 전자상거래 표준화 문제라는 점에서 표준화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미국과 유럽의 기업과 민간단체들이 무역·조세·전자서명·전자지불·지적재산권·기술표준·비즈니스표준·프라이버시보호·소비자보호·콘텐츠 등 전자상거래 관련 표준화에 적극 나서는 것은 21세기 세계경제를 주도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외국 민간단체들이 기술표준은 물론이고 무역·조세·프라이버시·소비자보호·지적재산권·전자서명·보안·표준·콘텐츠 등 모든 제도와 기술을 이슈로 삼고 있다.

새로운 기술개발과 비즈니스 효율성을 무기로 기존의 모든 관행과 제도 속으로 하루가 다르게 깊숙이 침투해 가는 전자상거래시장에서 우위를 잡기 위한 것이다. 이들은 더 나아가 국제 민간기구와 세계기업연맹·인터넷연맹·국제상공회의소·국제소비자연맹 등을 통해서도 새로운 전자상거래환경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구축될 수 있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의 민간단체와 EU를 주축으로 한 유럽의 민간단체들은 정부기구보다 더 활발하게 경쟁과 협력을 벌이면서 국제 전자상거래 환경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 업체 및 민간단체들은 여전히 강건너 불구경하듯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AOL과 IBM 등 미국기업 16개, 후지쯔·NEC·NTT 등 일본기업 9개 등 모두 52개 업체가 회원사인 GBDe에 1개 기업이 참여할 정도로 국내기업들의 표준화 활동이 미미하다니 예삿일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아태경제협력체(APEC) 등 다자간협상과 ‘한·일 정보기술(IT) 이니셔티브’ 등 양자간 협력증진을 통해 새로운 국제질서 편승에 나선 것이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민간업체가 주도하는 선진국과는 달리 정부가 앞장서고 업계가 뒤따라가는 모양새가 비록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

물론 지난해 2월 발표한 전자상거래 활성화 종합대책처럼 과도하게 정책드라이브를 걸면 정부가 엉뚱한 일에 간섭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직접 표준화작업을 지휘하고 시범사이트를 만들기보다는 장애물 제거에 주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국이 전자상거래 표준화 논의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나기 전에 하루빨리 관·민이 지혜를 모아 이 문제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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