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정부기구·NGO들 국경없는 EC법 만들기 분주

전자상거래 관련 국제 정부·비정부기구들이 현재 이슈로 삼고 있는 문제는 매우 다양하다.

무역·조세·프라이버시·소비자보호·지적재산권·전자서명·보안·표준·콘텐츠 등 각종 제도와 기술이 모두 망라돼 있다.

전자상거래가 새로운 기술개발과 비즈니스 효율성을 무기로 기존의 모든 관행과 제도속으로 하루가 다르게 깊숙이 침투해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를 경쟁력의 관건으로 판단하고 있는 각국 정부는 기존 법과 제도가 전자상거래라는 새로운 환경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해 문제를 일으키고 있고 이같은 문제가 활성화에 장애가 된다고 판단,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국경없는 전자상거래는 한 지역이나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인 문제라는 인식아래 다자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부간 다자간 협상기구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태경제협의체(APEC), 유럽연합(EU), 국제표준화기구 및 국제전자기술위원회(ISO/IEC),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유엔전자문서표준화기구(UN/CEFACT) 등이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세계세관기구(WCO), 국제통신연맹(ITU), 유엔국제무역법위원회(UNCITRAL) 등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국제 정부기구들도 전자상거래 환경을 수용하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들 정부기구보다 더욱 활발한 곳이 관련업체들의 이해단체인 비정부기구들이다. 관련업체들이 그동안 정부기구 안에서 입장을 반영하려는 소극적인 대응에서 탈피해 정부기구에 한 목소리로 반영을 요구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터넷과 전자상거래라는 복잡다단하고 변화가 빠른 분야를 관료적인 정부기구로만 수용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업계가 제도와 기술에 관한 사실상 디펙토 표준을 먼저 도입해 정부기구들이 이를 제도권속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이기도 하다. 사실 시공을 초월하는 인터넷이라는 존재가 국가나 정부의 기능 자체를 축소시키고 민간의 기능을 확대시키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비정부기구로는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 범세계기업대화(GBDe), 커머스넷(CommerceNet), 인터넷사회(ICC), 국제소비자연맹(IOCU) 등이 있다.

W3C는 이미 월드와이드웹(www)이라는 프로토콜을 전세계 공통 프로토콜로 만들어 정부기구의 개입여지마저 없앴으며 미국 정부기구였던 ICANN은 정부 스스로 그 한계를 느껴 민영화, 세계 도메인체계를 관장하는 사이버정부로 성장했다.

커머스넷은 로제타넷처럼 국제간 전자상거래에 필요한 솔루션과 표준을 주도하고 있으며 국제소비자연맹, 인터넷사회 등도 소비자보호나 국제무역 등과 관련해 정부기구 못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에서 이처럼 민간기구나 단체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상황은 이와 대조적이다. 오히려 정부가 앞서나가고 있고 업계가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형국이다.

GBDe에는 세계 52개 업체가 회원으로 참가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한국기업은 한국통신프리텔 단 한곳뿐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AOL·IBM 등 16개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일본도 후지쯔·NEC·NTT·도시바·히타치 등 9개사가 활동하고 있다.

사이버정부의 하나인 W3C에는 기라성 같은 국내기업조차 단 한곳도 회원으로 가입돼 있지 않다. 반면 일본은 캐논·NTT 등 다수가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커머스넷의 경우에는 한국커머스넷에 70여 회원사가 활동을 펼치고 있으나 국제활동에는 그리 적극적인 편이 못되는 형편이다.

다만 ICANN에는 한국인터넷정보센터와 인터넷주소위원회, 기술위원회 소속 학계와 기업이 국제활동에 참여하며 넷피아 등 몇몇 업체를 중심으로 다국어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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