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완의 애니월드>(1)애니메이션 산업은 IT산업인가?

애니메이션산업을 평가할 때 ‘예술지향적’인 의미가 전제된다. 물론 애니메이션 작업 자체는 아트워크(art-work)가 기본이 되는 예술상품이다. 그런데 이런 의미는 대개 아날로그식 애니메이션 작업이 진행될 때 수작업 위주의 셀애니메이션 메커니즘의 사례에서 가능한 설명이었다. 이제 2차원(2D)·3D 등 디지털 애니메이션이 일반화되고 제작 메커니즘 외에도 편집과 배급까지 디지털로 전환되는 시점에 우리가 주의깊게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IT산업으로서의 애니메이션’이 갖춰야 할 대안이다.

IT산업으로서의 애니메이션은 두 가지의 문제를 제시한다. 한 가지는 우리 고유의 디지털 애니메이션 제작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는 필요성이며, 다른 한 가지는 인터넷과 모바일에 공급되는 애니메이션 송신 프로그램으로서의 압축전송 기술을 확대 개발해야 하는 필요성이다.

현재 60여개가 넘는 대학의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에서는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애니메이션 과목이 필수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대개 대학의 단편 애니메이션은 2D·3D 모두 컴퓨터작업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대개의 제작 프로그램은 외국에서 직수입한 프로그램이며 대학에 그런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국내 딜러사들의 직간접적 경쟁은 치열하다. 결국 매년 대학에서 장비와 프로그램을 보완할 때마다 막대한 저작권 비용이 해외로 빠져 나가고 있으며 대중성 있는 흥행상품을 만들더라도 그 작품을 제작할 때 사용한 프로그램에 대해 수많은 정품을 구입해야 하는 추가부담이 예상된다.

이제 디지털시대의 애니메이션산업은 아트워크 외에도 체계적인 기술적 우위가 시장통제력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토이스토리’를 제작한 픽사(PIXAR)의 경우 한 편의 풀 디지털 애니메이션이 제작, 완성되면 작품의 저작권 부분 외에도 그 작품을 만들기 위해 개발된 다양한 디지털 애니메이션 제작 프로그램의 저작권까지 추가로 발생해 국제 시장의 추가 수익을 양산하게 된다. 미국에서는 애니메이션 제작팀의 절반이 애니메이터며 나머지 절반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라고 한다. 끊임없이 애니메이션 아트워크를 개발하고 그에 필요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추가로 개발·보완해주는 시스템은 미국의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뒷받침해주는 중요한 인적 인프라체제다.

국내에서는 새 애니메이션 제작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마다 그런 프로그램을 충분히 실험해주고 보완해줄 대학의 학과가 넘쳐나고 있다. 이제 우리도 디지털 애니메이션 제작시 새로운 제작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통합팀의 구성이 필요하며 관련 학과와 관련 회사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실험과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연계체제가 필요하다.

또한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인터넷과 모바일 애니메이션의 압축전송 기술도 우리가 우선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중요한 IT 시장이다. 하루에도 수십만 건씩 조회되는 다운로드 캐릭터 애니메이션의 경우 대개 플래시 프로그램을 이용한 압축전송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한 회사에서 개발한 압축기술을 적용해 모바일 전송을 하고 있다. 그 프로그램 역시 용량저장에 큰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화려하거나 동작이 많은 애니메이션 전송에는 한계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일대 콘텐츠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온라인 및 모바일 애니메이션의 시장선점은 이제 가장 효율적인 애니메이션 제작 프로그램과 압축전송 기술을 누가 얼마나 빨리 먼저 개발해 상용화하는가에 따라 그 시장의 주도권이 달라질 것이다.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한창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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