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는 게이타이 천국」일본어로 「휴대(携帶)」를 의미하는 「게이타이」전화, 즉 휴대폰과 이를 통한 무선인터넷이 일본에서 어느 정도 붐을 이루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전체 인구를 1억 2500만명으로 계산했을 때 일본의 휴대폰 보급률은 50% 정도에 달한다. 또 휴대폰 사용자 가운데 인터넷서비스 가입자는 이달 들어 3000만명을 넘어섰다. 인구 두명 가운데 한 명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고 네 명 중 한 명은 무선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휴대폰 선진 지역인 유럽과 비교하면 휴대폰 보급률은 10%포인트 이상 떨어지지만 무선인터넷은 반대로 크게 앞선다.
일본의 무선인터넷 역사는 NTT도코모가 2년 전에 개시한 휴대폰 인터넷서비스 「i모드」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 서비스로는 샤프의 개인휴대단말기(PDA) 「자우르스」를 통한 무선정보 서비스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초기 단계 서비스는 내용이 극히 빈약하고 서비스받을 수 있는 지역도 제약돼 있어 근본적으로 보급에 한계가 있었다.
일본이 무선인터넷 강국이 된 데는 「i모드」의 기여도가 절대적이다. i모드의 등장으로 꽃피기 시작했고 만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무선인터넷은 최근 PC 수준으로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는 「자바 서비스」가 등장,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게다가 5월에는 도코모가 세계 최초로 3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 서비스에 착수, 동영상까지도 원활히 주고받을 수 있는 진정한 무선인터넷 시대가 열리게 된다.
일본의 무선인터넷 시장은 i모드가 주도하는 가운데 도코모의 경쟁사인 KDDI(au)의 「EZ웹(web)」과 J폰의 「J스카이」가 추격하는 3파전 구도를 보이고 있다.
도코모가 지난 99년 2월 개시한 i모드는 3월 4일 현재 가입자가 2000만명을 넘어섰다(2001만5200명). 무선인터넷 시장의 3분의 2를 장악하며 절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또 i모드를 통해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수는 도코모가 인정하는 「공인 사이트(3월 현재 약 1500개)」와 「비공인」을 합쳐 4만개를 훨씬 넘을 만큼 콘텐츠도 탄탄하다.
공인 사이트는 도코모의 i모드 메뉴에 게재돼 있어 이용자가 일일이 홈페이지 어드레스(주소)를 입력하지 않아도 검색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이 편리할 뿐 아니라 유료콘텐츠의 경우 도코모가 열람요금을 전화요금과 함께 징수하고 있어 저비용으로 운영되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비공인 사이트는 i모드 메뉴에 올라와 있지 않기 때문에 주소를 입력해야만 프로바이더가 독자적으로 작성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등 이용자들의 불편이 따른다.
i모드에 가입자와 사이트가 몰리는 것은 일본 전체 휴대폰 가입자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도코모의 시장 지배 구도에서 우선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사용자와 콘텐츠 제공업자가 모두 접근하기 편리하고 별 부담을 주지 않는 요금 체계가 i모드 급성장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i모드의 무선인터넷 문서 형식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HTML 대신 그 축약 형태인 C(compact)HTML을 사용한다. 이것은 HTML에서 메모리를 많이 요구하는 프레임이나 JPEG 이미지, 이미지맵, 배경색 등의 기능을 생략해 무선단말기를 버튼이나 번호를 이용해 간단히 조작할 수 있게 해준다. 게다가 축약 언어이기 때문에 PC용으로 제작한 기존 콘텐츠를 거의 바꾸지 않고 휴대폰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도코모 가입자의 입장에선 i모드 단말기에서 「인터넷 접속」을 선택해 단축 버튼을 누르면 도코모 망에 있는 게이트웨이 서버에 접속하고 기존 인터넷 망을 통해 데이터에 접근하게 된다. 경쟁 기술인 무선애플리케이션프로토콜(WAP)에서는 웹사이트 주소를 일일이 입력해야 한다.
또 i모드는 접속 시간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WAP과는 달리 송수신된 패킷데이터 양에 따라 이용료를 결정하는 요금체계로 돼 있다. 데이터를 받은 후 오랫 동안 화면을 켜두거나 저장한 전자우편을 다시 읽는 경우에는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KDDI의 「EZ웹」과 J폰의 「J스카이」는 i모드의 위세에 눌려 매우 빈약해 보인다. 실제 가입자를 따져도 각각 i모드의 4분의 1 수준으로 2개사가 합쳐도 경쟁이 되지 않을 정도로 격차가 심하다.
이 같은 결과는 휴대폰 가입자가 절대 열세라는 태생적 한계에다 후발 주자라는 불리한 조건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을 감안하면 어떤 면에서는 J폰과 KDDI 2사가 오히려 선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Z웹은 i모드보다 약 10개월 뒤진 99년 11월 말 시작됐다. 처음에는 도코모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2G 휴대폰 방식인 「PDC」 기술을 통해 서비스가 진행됐으나 2000년 1월부터는 cdma1 방식의 서비스로 바뀌고 7월에는 전국 규모로 확대됐다. 현재 이 서비스 가입자는 약 560만명이다.
J스카이는 EZ웹보다 한 달 늦은 99년 12월 도쿄 등 일부 지역에서 시작됐다. 그 다음해 4월 전국 규모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으며 현재 500만명 정도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한편 일본의 무선인터넷은 올 들어 크게 진화하고 있다. 우선 도코모가 1월 말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프로그래밍언어 「자바」를 결합한 자바 서비스 「i아프리」를 시작, 서비스 수준을 진일보시켰다. KDDI와 J폰도 곧 동종 서비스에 착수할 예정이어서 일본은 올해 본격적인 자바 서비스 시대로 들어서게 된다. 또 두달 후면 동영상을 원활히 주고받을 수 있는 3세대(3G)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5월 21일 도쿄 등 수도권에서 우선 3G 서비스 「FOMA」를 개시하는 도코모는 초기에는 빠른 통신속도를 활용한 특별한 서비스(킬러애플리케이션)을 추진하지 않고 i모드를 그대로 활용할 방침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i모드 수준의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주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폰을 비롯해 노트북PC, PDA 등 휴대단말기를 통틀어 일본의 무선인터넷 이용은 전자우편에 집중돼 있다. 금융 업무나 항공권 예약 등의 모바일(m)커머스는 아직 본궤도에 올라있지 않은 실정이다.
인터넷 관련 전문 잡지인 「닛케이넷비즈니스」가 최근 자체 조사한 「인터넷 이용 실태」에 따르면 휴대단말기 보유자 10명 중 7명은 전자우편을 이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휴대폰 사용자는 이용률이 79%로 65%인 노트북을 크게 앞섰다.표참조
일본의 휴대폰 전자우편 서비스는 기능이 상당히 고도화돼 있다. 영상이나 음성 데이터를 첨부한 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고, 메일당 수신 가능한 문자 수도 1만자에 달한다.
특히 J폰 서비스는 단말기가 같을 경우 회람메일, 지정일 자동 전송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채팅 서비스도 등장했다.
열차편·시각 등 교통정보, 일기예보, 지역정보 등 생활과 관계된 정보제공 서비스의 이용률도 30% 정도로 비교적 높은 편으로 나타나고 있다. 휴대폰이 37%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은 30%의 노트북, 29%의 PDA 순이다.
이에 반해 잔고조회와 이체 등의 은행 업무, 항공권·호텔 예약, 서적·음반 온라인 구매, 콘서트·영화 티켓 예약 등 m커머스 이용률은 20%를 밑돌아 아직 저조한 수준이다. 이 중 휴대폰의 이용률이 노트북이나 PDA에 다소 높은 편이고 용도로는 은행 관련이 20%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 중 절반 이상이 앞으로 도서·음반을 구매하거나 은행 업무를 처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혀 m커머스가 장기적으로는 유망 분야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에서는 사용자의 현위치 주변 지도와 시설 정보를 제공하는 이른바 「위치정보 서비스」가 고도화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J폰의 경우 GPS와 연계해 오차 범위를 10m 이내로 좁힌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또 빨라지고 있는 통신속도를 이용한 온라인음악 전송 서비스가 급진전을 이루고 있으나 아직 가격 문제로 보급이 본격화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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