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려되는 경기침체

최근 국내 경기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미국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대다수 기업이 투자를 줄이는 등 긴축경영에 나서고 있다. 국제 금융불안으로 수출전망도 밝은 편이 아니다. 1·4분기만 지나면 회복조짐이 보이고 하반기 이후에는 경기회복을 피부로 느낄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도 희망사항일 가능성이 높다. 자칫 또 다시 우리 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져드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운 상황이다.

최근 한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발표한 「2001년 1·4분기 산업동향 및 2·4분기 전망」은 이러한 걱정이 현실화되는 것 같아 몹시 불안하다. 미·일 등 선진국 경기침체, 국내 경기 위축, 통상마찰 가중 등 산업경영환경 전반에 걸친 악재로 2·4분기에도 경기침체 국면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은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반도체·철강·기계·자동차·전자·섬유·조선 등 21개 주요 업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4분기에는 14개, 2·4분기에는 12개 산업이 전년 동기대비 플러스 성장세를 나타냈으나 올 1·4분기에는 4개 산업만이 플러스를 나타냈다고 한다. 지난해 2·4분기에는 2개였던 마이너스 생산증가율이 올 1·4분기에는 10개로 늘어나는 등 생산 위축현상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PC 수요 위축으로 반도체 생산이 전년동기대비 2.0% 감소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그렇다고 우리 경제에 밝은 전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중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생산·출하·도소매 판매·평균가동률·설비투자·동행종합지수·선행종합지수 등 대부분의 지표가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생산은 작년 2월에 비해 8.6%나 증가했고 설비투자 증가율은 마이너스 8.8%에서 마이너스 5.3%로 하락폭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또 경기순환을 판단하는 기준인 「선행종합지수 전년동월비 동월차」가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플러스로 반전되는 등 지표만 놓고 보면 국내 경기가 바닥을 치고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선 것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처럼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게 경기전망이라지만 요즘처럼 경기가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에서 상반된 예측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민간은 불황을 얘기하는데 정부는 경기회복을 낙관하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세계 생산량의 46%를 차지하는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이 침체의 둔덕에서 비틀거리고 있는데 무슨 근거로 경기를 낙관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분석이 상반되는 것만큼이나 불확실한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기만 하다.

이미 세계 경제는 이대로 몰락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혼미한 상황이다. 기업을 비롯한 경제현장에는 벌써부터 위기감이 높고 이에 따라 투자를 줄이는 등 긴축경영에 나섰으며 수출시장도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차례다. 가장 시급한 것은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고려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미국 경제의 연착륙만 기다리고 있을 게 아니라 더 늦기 전에 다양한 부양책을 마련해 경기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

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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