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1주년을 맞은 제3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점진적인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사실 제3시장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은 이 시장에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단순한 호가중개시스템으로 보는 정부의 견해와 엄연한 주식시장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투자자 및 기업의 시각차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제3시장 관계자들은 정부가 그동안 시종일관 고수해온 호가중개시스템이라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정상적인 주식시장으로 제3시장을 인정해주는 대전제가 있어야 비로소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제3시장 제도문제와 관련해 논의됐던 것이 양도세 부과, 상대매매제도, 가격제한폭 설정 문제다. 지난해 제3시장 업체들은 이러한 제도가 양대시장은 물론 장외시장에 비해서도 절대적으로 불리한 매매제도라고 판단, 탈퇴라는 대정부 압박카드까지 내밀면서 법개정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그러나 결국 어느 하나도 개선된 것이 없는 상태다.
염남중 3S커뮤니케이션 제3시장 팀장은 『제3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매매제도 변경이 필수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당장은 어려워 보인다』며 『일단 시급한 사안에 대한 부분적인 것부터라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트레이딩 제도는 부분적인 제도의 보완만으로도 제3시장 매매에 숨통을 터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단 몇주의 주식거래로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왜곡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서라도 가격제한폭 관련제도의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매매제도 개선과 더불어 제3시장 활성화를 기할 수 있는 것이 「메리트제도」다. 현실적으로 매매제도 개선이 어려운 상황인 상태에서 제3시장 기업들의 자격요건만을 강화하지 말고 혜택도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시 및 영업실적의 분기별 공개 등 코스닥 기업들에 버금가는 제도적 굴레를 씌우고 있으면서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문제는 어떻게든 개선이 돼야 하지 않느냐는 견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코스닥 등록을 추진하면서 불성실 공시나 잡음이 없던 기업들에 대해서는 일반 장외기업보다는 한수준 격상된 혜택을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야 일반 기업들의 제3시장행을 유도하고 프리코스닥시장으로서의 기능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3시장 활성화의 단서를 기업에서 찾고자 하는 시각도 있다. 올초 제3시장에 강하게 형성됐던 코스닥 등록 테마주 사례에서 보듯 기업이 영업을 잘하면 제3시장도 얼마든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양증권의 이현주 애널리스트는 『제3시장에서 묵묵히 사업을 펼치다 코스닥 등록을 추진하는 KIT와 같은 모범적인 사례가 많이 나와야 제3시장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실상 「무혈입성」할 수 있는 현행 제도를 보완해 제3시장의 진입자격을 제한하는 방안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승완 코스닥증권시장 제3시장 팀장은 『미국 OTCBB도 10년이 돼서야 자리를 잡은 선례가 있다』며 『설립취지와 투자들의 개념차이가 너무 큰데다 시장을 바라보는 성급한 면이 없지 않지만 우수기업 발굴을 비롯한 제3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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