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각에는 임기말을 맞고 있는 김 대통령이 레임덕 현상을 방지하고 임기말까지 개혁의 중단없는 추진과 국가정보화라는 양대 국정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하게 담겨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대중 대통령이 26일 단행한 3·26 개각은 여권내의 인재풀을 최대한 가동, 행정부로 전진배치시키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IT팀을 모두 교체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여권내에서 능력성과 개혁성을 겸비한 인물 중에서 세대·지역적 안배를 고려하고 공동정부정신을 반영할 수 있는 소위 실세 인사들을 대거 행정부로 이동시켰다.
이는 3당연합을 보다 공고히해 정치권의 안정화를 도모하고 동시에 실세 정계인사들로 하여금 행정부를 장악, 현정권의 의지를 누수없이 정책에 반영시켜 최대 국정과제인 중단없는 개혁과 국가정보화를 완수하겠다는 구상이다.
정계인사들의 전지배치와 민주·자민·민국 3당의 안배와 관련해서는 전형적인 나눠먹기식 인사라는 혹평도 있지만 청와대의 의중은 단호하다.
박준영 대변인은 『정치권 인사가 전체적으로 보면 총리를 포함해 9명 가량 되는데 이는 당정간 협력과 사후 정책협의, 대야관계 추진력 등이 고려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권과 행정부가 손발을 맞춰 정권 후반기에 나타날 수 있는 누수현상을 미연에 방지해 중단없는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개각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점은 IT팀의 완전교체다. 이근식 행자부 장관, 김영환 과기부 장관, 장재식 산자부 장관, 양승택 정통부 장관, 김덕배 중기특위장, 박지원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등 6인의 장관이 이번에 새로 임명됐으며 얼마 전에 교체된 김한길 문화부 장관까지 포함하면 7명의 IT팀 장관이 모두 바뀐 셈이다.
IT팀은 경제팀이나 통상외교팀, 노동·복지·환경팀 등에 비해 일반국민들과 매우 밀접한 부처는 아니지만 국가정보화라는 DJ정권의 패러다임을 수행하는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국가정보화는 현정권의 최대 과제인 개혁완수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니고 있다. IT화는 개혁의 1조 1항인 투명성을 높여주고 지식기반형 산업사회로 나아가는 구조개편을 촉진시켜 주기 때문이다.
IT팀의 완전교체 배경은 아직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동안 지식기반사회실현, 국가e비즈니스전략, 국가IT전략, e코리아전략, 벤처입국, 전자정부 등 굵직굵직한 국가정보화사업과 관련한 부처간 마찰과 갈등에 대한 문책성이 크게 작용했으리란 분석이다.
서정욱 전 과기부 장관, 신국환 전 산자부 장관, 안병엽 전 정통부 장관 등 IT팀의 핵심 멤버들은 모두 관련 전문가 내지는 관료출신들이었다. 때문에 국가정보화사업과 관련, 사사건건 대립과 반목을 일으켰으며 심지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석상에서조차 마찰을 빚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 및 관료출신인 이들을 조정·중재하기는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청와대는 이번 개각에서 차제에 정권의 뜻을 잘 아는 정계 실세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워 관련부처간 불화를 잠재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IT팀의 향배는 무엇보다도 실세 중의 실세인 박지원 정책기획수석의 의중에 달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으로 예상되는 정부조직개편이나 관련부처간 역할분담에 박 수석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한길 문화부 장관, 양승택 정통부 장관은 박지원 수석이 적극 천거한 인물로 알려졌다. 때문에 3인방의 호흡은 나무랄 데 없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3인방이 현 정권의 또다른 실세인 장재식 산자부 장관, 김영환 과기부 장관 그리고 정통관료 출신인 이근식 행자부 장관과 어떻게 손발을 맞출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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