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기기 총판권 놓고 유통업계·외국업체 갈등

외국 주변기기 업체들이 국내 대리점의 의사는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유통망을 추가하거나 변경해 국내 주변기기 유통업체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업체인 시게이트테크놀로지·웨스턴디지털과 주기판 업체인 대만 에이빗(ABIT)이 각각 국내 대리점을 추가하거나 교체하자 그동안 이들 업체의 제품을 전문적으로 공급해왔던 기존 유통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시게이트테크놀로지는 지난 22일 다국적 주변기기 유통업체의 한국지사인 카르마코리아를 총판업체로 선정, 기존 총판업체인 코오롱정보통신·PC디렉트 등으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지금까지 시게이트의 HDD를 집중적으로 공급해온 이들 업체는 사전에 자신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국내 총판을 추가한 것에 대해 배신감을 토로하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은 기존 총판업체였던 키펙스 대신에 새로 업체를 선정하면서 여러 업체들을 총판업체로 지정해 물의를 빚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은 당초 키펙스 대신에 대원컴퓨터를 총판사로 선정했으나 최근 카르마코리아·애드서비스 등과도 제품공급 계약을 맺어 하나의 제품을 놓고 3개 업체가 공급경쟁을 벌이게 됐다. 이에따라 대원컴퓨터는 최근 웨스턴디지털 총판권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주기판 업체인 대만의 에이빗도 올 1월까지 국내 총판업체인 지피컴을 통해 주기판을 공급해왔으나 최근 에바트티엔씨를 총판업체로 선정, 복수대리점 체제로 전환했다.

또 캐나다의 ATi는 유니텍전자를 총판업체로 선정, 제품공급을 시작했으나 이에 앞서 ATi지사와 계약을 맺고 그래픽카드를 공급해온 바이텔·뷰탑 등의 반발에 부딪혀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외국의 주변기기 업체들이 국내 총판업체를 일방적으로 추가하자 AS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시장의 가격질서도 무너지는 등 부작용 또한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선인상가에 위치한 대원컴퓨터가 운영하는 웨스턴디지털 HDD AS센터에는 하루에도 100여개 이상의 AS물량이 접수되고 있으나 본사와의 마찰로 인한 부품부족으로 수리시까지 몇주씩 소요되고 있다. 특히 대원컴퓨터가 웨스턴디지털 총판권을 완전히 포기할 경우 소비자는 그동안 대원컴퓨터와 키펙스·엠에스테크 등이 판매한 웨스턴디지털 HDD에 대해서는 AS를 받을 곳이 없어져 피해가 우려된다.

또 ATi 그래픽카드의 경우는 새로운 총판업체로 선정된 유니텍전자와 시장진입을 저지하려는 기존 유통업체들이 저가경쟁을 벌이고 있어 정품여부와 적정가격에 관해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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