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 현대전자 사태를 놓고 정부의 간섭이 정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급기야 박종섭 현대전자 사장은 지난 13일 저녁 갑작스레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박 사장은 특혜설이 불거지고 유동성 위기를 우려하는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해 한번쯤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기자들을 불렀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느닷없는 기자회견은 현대사태로 주가가 폭락하고 위기감도 고조되자 곤혹스러워진 정부입장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박종섭 사장은 유동성 위기 해소못지 않게 특혜설에 대해 여러차례 해명해야 했다. 특혜가 아니라는 박 사장의 말은 그릇된 것도 아니다. 채권단의 지원내용은 거의 대부분 애초 약속됐던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다. 채권단회의에 참석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장들에게 일일이 자금지원의사를 확인했다. 말이 좋아 「확인」이지 사실상 「지원 강요」라는 게 금융권의 반응이다. 특혜설도 해당 금융기관 일부의 불만에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이뿐만이 아니다.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전자가 신규 투자자금 조달을 위해 현재 미국 등에서 해외파트너를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아무리 현대전자문제로 시끄럽다 해도 재경부 장관이 공기업도 아닌 회사의 경영사항을 공개하는 게 아무래도 볼상 사납다. 어떻게 보면 해당회사로선 극비일 수 있는 사안이다.
최근만의 일도 아니다.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은 지난해말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에 현대전자문제의 해결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적도 있다. 반도체는 국내 주력산업이다. 그런만큼 정부가 현대전자사태를 걱정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가 채권단의 모임에 참석한다든지, 특정기업의 경영사항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는 것은 정도를 벗어났다.
이런 모습을 보는 국민들 사이에선 『대북사업으로 정부의 햇빛정책에 도움을 준 현대에 대한 의리 때문』 『구조조정의 최대 업적이라던 반도체 빅딜이 실패하지 않게 하려는 것』 등 뒷말이 무성하다.
박종섭 사장은 『채권단의 이번 지원을 마지막이라고 보고 하루빨리 정상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진짜 끝나야 할 것은 모든 일을 당사자에게 맡겨 놨다고 하면서도 뒷전에서 일일이 코치하는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가 아닐까 싶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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