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중고교에 백신프로그램부터 먼저 공급하라. 초중고교에 설치된 PC가 숱한 바이러스에 노출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학교에선 이 문제를 전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학내망을 급작스럽게 구축하는 바람에 시스템이 부실하고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어느 정도 해킹수법을 알고 있다면 학교에 방화벽을 설치했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학내망에 침입할 수 있다.』
초중고교의 학내망에 교육용PC 등 시스템을 납품하고 있는 모 교육 솔루션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교육부와 일선 학교들이 학내망 구축 사업과 교단 선진화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방화벽이나 침입탐지시스템 등 보안문제에 신경을 기울이는 학교는 별로 많지 않다. 심지어 학교 PC에 백신 프로그램도 설치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게 교육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실 학내망은 대표적인 보안 사각지대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 1만2000여개의 일선 학교 가운데 방화벽이나 침입탐지시스템(IDS)을 설치한 학교는 300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8000∼9000여개 학교에는 보안 시스템이 설치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방화벽과 IDS를 설치한 학교 중에서도 양시스템을 모두 도입한 학교는 매우 드물다.
교육 당국은 올해 중 5000여개의 학교에 방화벽과 IDS 도입을 검토중인데 보안시스템이 도입되기까지 학내망은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방치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정보보호센터가 지난 96년부터 99년까지 접수처리한 해킹 사고의 49%가 교육기관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선 학교는 아니지만 대학 등 교육기관은 타 정보시스템을 해킹하기 위한 중간 기지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그만큼 교육기관의 정보통신망이 보안에 취약하다는 증거다. 일선 초중고교도 다른 교육기관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일선 학교에선 학내망을 통한 시험지 유출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아직까지 심각한 정도로 문제가 확산되고 있지 않지만 향후 학내망을 통한 학생·교사·학부모 관련 정보의 유출 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보안이 취약한 상황에서 불건전 정보방지 대책을 마련한다것은 요원해 보인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불건전 정보에 접속하거나 사이버 공간에서 폭력을 행사하더라도 이를 방지할 대책이 별로 없는 게 국내 교육계의 현실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동안 정부가 학내망 구축 등 인프라 확대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방화벽 설치나 백신 예방 프로그램의 설치 등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며 앞으로는 학내망의 보안문제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교육 당국은 올해 중에 일선 학교에 방화벽 및 IDS 설치를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현재 학내망 시스템 공급업체들이 K4인증업체 등 보안분야 전문 솔루션 업체와 제휴해 학내망 시장진출을 꾀하고 있다.
다행히 올해부터 일선 학교에 보안시스템이 대거 설치될 예정이어서 학교가 보안의 사각지대라는 오명은 지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보안시스템을 설치하는 것보다는 보안 시스템에 대한 인식 제고가 절실하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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