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에 변화를 감지할 만한 시그널들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2월 말부터 삼성전자를 집중 매도했던 외국인들은 다시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 3일연속 순매수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 현물가격이 연일 하락하며 64MD와 128MD가 각각 2달러대 초반, 4달러대 초반에 거래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움직임이다. 외국인들은 선물·옵션 만기일인 8일에도 워버그에서 8만9000주, 골드만삭스에서 7만3000주를 사들이는 등 삼성전자에 대한 매수세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는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사들이는 이유가 단순한 기술적 매매라기보다 반도체 경기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현대전자가 자회사인 HSA 문제로 다른 D램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현대전자를 제외한 삼성전자·마이크론테크놀로지스 등 D램 업체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였는데 이는 20%의 시장 점유율로 D램시장 2인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대전자의 위기에 따라 다른 D램 업체들의 수혜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불어닥친 D램 현물가격의 약세가 현대전자의 제품 대량 공급으로 발생했다는 분석도 있었던 만큼 현대전자의 위기가 다른 D램 업체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번 HSA 사태가 현물가격 약세에도 자율감산을 하지 않았던 업체들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최근 반도체의 주요 수요처가 되는 IBM, HP, 델컴퓨터 등이 반도체 물량을 축적하고 있는 것도 반도체 현물가가 조만간 바닥을 다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최석포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싱크 D램시장에서 메이저 PC업체들이 반도체 재고비축 속도를 빠르게 하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며 『이것이 싱크 D램 가격 반등의 사전 징후인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일(현지시각) 인텔이 펜티엄Ⅲ의 CPU가격을 최고 19% 인하한 것도 PC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 반도체 경기 회복의 선결 조건으로 지적됐던 PC시장의 부활이 이번 CPU가격의 하락으로 예상보다 빨리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유승진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시장에 변화의 시그널이 나타나도 반도체업체들의 실적과 주가상승으로 급하게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NEC, 도시바 일본 반도체업체들이 대부분 3월 결산법인이고 결산을 앞둔 물량출회가 예상돼 3월 말까지는 D램 현물가의 급한 상승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표>D램 시장 업체별 점유율(단위:%)
업체명=1999년=2000년
삼성전자=21=22
현대전자=19=20
마이크론테크놀로지=14=15
NEC+히타치=14=14
인피니온=7=8
5개사 점유율 합=75=79
자료:대우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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