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의 악학궤변>키아누 리브스의 록 밴드 「독스타」

「매트릭스」와 「스피드」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 키아누 리브스가 앨범을 발표했다. 보통 잘 나가는 배우가 앨범을 냈다고 하면 한창 뜨는 인기를 바탕으로 달착지근한 노래를 그럴싸한 춤과 함께 들려주는 「가수」가 됐다고 보면 거의 틀리지 않다. 하지만 키아누 리브스는 가수가 아닌 모던 록 밴드 독스타 소속의 「뮤지션」으로 앨범을 발표했다. 적어도 그런 가수 겸업 배우에 대한 선입견은 우리나라에서 국한되는 것인 모양이다. 사실 가수 겸업 배우들의 음반은 이지 리스닝 계열이거나 그 시기에 가장 잘 팔리는 음악적 장르(거의 팝 댄스)를 수용하기 때문에 음악적 깊이보다는 상업적 가치에 초점을 둔다. 따라서 오래 기억되기보다는 「짧고 굵은」 생명력을 자랑하며 배우의 인기가 떨어지면 자연 소멸하는 기념 음반적 특징을 지닌다. 하지만 키아누 리브스가 베이시스트로 참여한 독스타의 「해피 엔딩」은 애초부터 대박을 기대하지 않은 듯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화끈한 록 음악을 들려준다. 따라서 록 역사를 뒤흔든 역사적 음반은 아닐지라도 록 팬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썩 괜찮은 앨범이다.

펑크 계열의 음악을 즐겨 들었던 키아누 리브스는 독학으로 베이스를 깨우쳤으며 배우 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히 연습을 하며 뮤지션의 꿈을 키웠다. 그러던중 역시 배우면서 드러머인 롭 메일하우스를 만났고 그와 틈틈이 잼을 하면서 본격적인 밴드를 구상했다. 그리고 물색 끝에 셰릴 크로의 투어 기타리스트였던 브렛 돔로즈를 프런트 맨으로 영입해 독스타를 결성했다. 오랜 리허설 끝에 발표한 96년 데뷔앨범 「아워 리틀 비저너리」는 얼터너티브 록 색채가 충만한 앨범이었다. 이 앨범에 대한 평단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었고 실제로 기대 이상의 사운드를 들려줬다.

데뷔앨범 이후 무려 5년 만에 선보이는 「해피 엔딩」은 서로의 바쁜 일정 때문에 2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그 시간은 높은 음악적 완성도로 충분히 보상받고도 남는다. 가장 눈에 띄는 트랙은 카펜터스의 노래로 유명한 「슈퍼스타」인데 원곡의 나른함이 묵직하고 힘 있는 록 넘버로 거듭났다. 전체적으로 「슬리핑 다운」 「에너미스」 같은 헤비한 록 넘버로 채워져 있지만 경쾌한 미디엄 템포의 「코너스토어」와 어쿠스틱 기타 반주가 인상적인 발라드 「워싱턴」 등이 구색을 잘 맞춰주고 있다. 이 앨범에서 키아누 리브스는 작곡에도 참여해 진정한 뮤지션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스타가 키아누 리브스의 인지도에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명도를 천박한 상업주의로 이용하지 않았다. 그들은 철저하게 음악적 내용으로 승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인기를 돈으로 환산하려는 듯 가수 겸업을 손쉽게 선언하는 함량 미달의 「종합 예술인」들과 다른 점이다. 키아누 리브스는 매우 훌륭한 배우면서 동시에 록 스피릿을 제대로 알고 있는 로커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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