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기업에서 배운다>9회-HP(하)

R&D: 왕성한 연구활동 재창조 밑거름

『연구소를 둘러볼 땐 마치 무수한 다이아몬드 위를 걷는 기분입니다.』 휴렛패커드(HP) 칼리 피오리나 회장이 연구소에 대한 긍지를 나타낸 말이다.

밤낮 없는 연구로 하루 24시간 불이 밝혀져 있다는 실리콘밸리는 하루에도 수백개 기업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보이지 않는 IT산업의 전쟁터다. 이 실리콘밸리에서 제1의 매출액을 고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HP의 이같은 힘은 전세계 컴퓨터 분야에서 두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연구소에서 출발한다.

1966년에 설립된 연구소는 실리콘밸리 중앙연구실을 중심으로 전세계 6군데에 850여명의 연구진을 갖추고 있다. HP가 글로벌 조직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연구진 중 500여명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연구소에 속해 있으며, 250명은 영국 브리스톨에, 나머지는 미국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 및 프랑스 그레노블, 이스라엘, 일본 도쿄 등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활동 중이다.

연구소의 왕성한 활동은 지난 99년 한해 동안만 1500여종의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7000여개 특허 출원에서도 드러난다. 하루 평균 6개 특허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설립 후 2년이 채 지나기 전에 세계에서 첫번째 PC라 불릴 수 있는 데스크톱을 개발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퍼베이시브 컴퓨팅(Pervasive Computing)도 20년전부터 개념을 연구해 그 결과 다른 경쟁사에 비해 10여년 이상 앞서게 됐다.

연구소에서는 비즈니스 전략을 위해 다섯 가지 연구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고 있다. e서비스 및 컨설팅을 비롯해 △정보기기 및 서비스 △이미징 및 프린팅 △인프라스트럭처 및 플랫폼 △분자전자공학 부문에 대한 연구다. 이 5개 연구 프로그램은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 지식기반의 비즈니스, 트러스티드 플랫폼, 커머셜 프린팅, 디지털 포토, 멀티미디어 출판 플랫폼,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 HP 사업의 기술적 기반이 되고 있다. 이런 전략은 HP가 디지털카메라부터 컬러 프린터, 스캐너, PC, 인터넷 포토 솔루션에 있어 매스 스토리지까지 다양한 컨슈머(일반소비자)사업을 총망라하는 사업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디지털카메라만 보아도 니콘, 캐논, 올림퍼스, 코닥 등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카메라 제조기업과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 그 예다.

현재 연구소는 인터넷 인프라, 정보기기 및 e서비스 시장을 겨냥한 인터넷 기술 연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무선통신의 발전에 따라 컴퓨터 기술에 무선기술이 접목된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 「이제는 연구소도 협력」이라는 기조 아래 노키아, 스왓치, 소니 등 세계적인 기업과 공동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밖에 MIT대학과 2500만달러(약 300억원)를 투자해 「디지털 정보를 창조하고 핸들링해 주는 기술」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최근 HP 연구소가 집중하고 있는 또 하나의 주요 기초연구 분야는 바로 「분자전자공학」 부문이다. 분자전자공학은 현재 칩보다 수십억배의 성능이 예상되는 핵심기술(나노미터:10의 마이너스 9승 미터) 재료에 대한 연구다. 이는 향후 10∼15년 사이 컴퓨팅의 세계를 근본적으로 새롭게 조명할 부문으로 주목받고 있다. <관련기사 본지 1월 4일 면 참조>

이미 연구소에서는 가장 성능 좋은 광학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작은 물체보다 무려 1000배나 더 얇은 3나노미터(nm)까지 선을 만드는 연구가 진척되었다. 현재 현실에서 존재하는 가장 미세한 실리콘 칩이 180㎚이며, 인간의 섬세한 머리카락의 폭이 1만㎚라는 것을 감안할 때, HP의 3㎚ 개발을 위한 연구성과는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분자전자공학의 연구로 손바닥 크기의 또는 착용 가능한 기기들의 개발이 가능할 수 있으며, 단순히 사람과 기기와의 커뮤니케이션만이 아닌 기기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 여기고 있다. 음성인식을 뛰어 넘어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음성으로 말하면 온갖 기기들이 서로 연결되어 해결해 줄 것이며, 이해 불가능한 것은 사용자가 원하는 가장 편리한 형식의 서비스나 정보로 전환해 제공할 것이다. HP는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연결해 줄 분자전자공학, 포스트 실리콘의 획기적인 연구성과로 성공을 점치고 있다.

두번째는 코드명 「쿨타운(Cool Town)」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시간과 장소를 막론하고 차세대 무선망과 유선망이 모바일 및 고정된 기기에 서로 연결, 커뮤니케이션 돼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해 주도록 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다. 즉 사람, 장소, 사물을 서로 웹으로 연결해 주는 것으로써 고도의 컴퓨팅과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포함하는 혁신적인 모델이다. 이것으로 모든 것은 개방되며, 웹을 통한 투자를 가능케 하고, 사람의 삶에 부가가치를 주는 솔루션을 만들어 낸다. 현재 HP는 미국 내 11군데를 비롯해 노르웨이, 핀란드, 프랑스, 일본, 싱가포르, 인도 등지에 쿨타운 모형을 짓고 있다.

◆HP 기술개발 투자비 (단위:백만달러)

98년 2380

99년 2440

2000년 2664

HP는 매년 매출의 평균 6.2% 수준을 기술개발에 투자해오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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