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체들의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세계 반도체경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인텔,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업체들은 이르면 2분기중, 늦어도 하반기부터 반도체경기가 되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으나 대부분 업체들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이같은 낙관론을 무색케 하고 있다.
◇ 가속화하는 경기 침체=지난주 미국반도체협회(SIA)는 지난 1월 세계 반도체업계 총 매출이 169억달러로 전달에 비해 5.7%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월과 비교해 13.7%나 떨어진 것이다.
크리스마스 특수가 지난 연초에는 반도체 매출이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지난해 말 워낙 매출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감소율은 반도체경기 침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이같은 위기감은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이달들어 발표한 1분기 실적 예측치에서 더욱 뚜렷하다.
사이프러스는 5일(현지시각) 올 1분기 매출이 지난해 4분기에 비해 15%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4∼9%의 감소를 예상했었다.
1분기에 12% 감소를 예측했던 LSI로직은 무려 30% 감소할 것이라는 수정 전망치를 같은 날 발표했다.
이밖에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페어차일드·알테라 등도 20% 이상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소자업체들의 매출감소는 장비업체들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베리안·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 등 주요 반도체장비업체들도 10% 이상의 매출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세계 반도체업계가 대공황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다.
◇ 언제 반등할까=반등시점에 대한 견해는 2분기에서 4분기까지 다양하나 갈수록 비관론이 우세해지는 추세다.
크레이그 배럿 인텔 사장과 이윤우 삼성전자 사장 등 주요 업체 경영자들은 올초까지만 해도 2분기중 반도체 경기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하반기 이후로 한걸음 물러섰다.
올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던 데이터퀘스트·VLSI와 같은 시장조사기관들도 연말께로 수정 전망하고 있다.
심지어 살로만스미스바니·베어스턴스와 같은 미국 증권회사들의 애널리스트들은 『올하반기중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반등시점을 내년 이후로 잡고 있다.
이러한 전망은 모두 세계 최대 반도체시장인 미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분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최근 부시 정부는 금리인하와 감세 등의 경기회복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으나 냉각된 미국 소비자의 구매욕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대미 무역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미국 경제의 침체는 세계 경제의 침체로 확산되는 상황이다. 사실상 미국을 대체할 만한 반도체시장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 탈출구는 없나=미국시장의 조기회복밖에는 현실적으로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거대 반도체시장으로 떠오른 중국도 WTO에 가입하지 않아 반도체업체들은 본격적인 공략시점을 내년 이후로 늦춘 상태다.
반도체업체들이 한가닥 기대를 거는 것은 인텔 펜티엄4를 탑재한 PC시장의 조기 활성화다. PC시장이 되살아나야 주변기기시장도 활성화하고 덩달아 반도체시장도 회복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펜티엄4 PC에 대한 수요는 기대밖으로 부진하다.
구매력이 워낙 약화된데다 이러한 고성능PC를 앞다퉈 구매할 만큼 컴퓨팅 환경도 조성되지 않았다.
새로운 칩과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PC에 대한 매력도 예전에 비해 시들해졌다. 많은 소비자들이 PC보다는 개인휴대단말기(PDA) 등으로 눈길을 돌리는 형편이다.
하지만 이들 포스트PC 제품들도 아직은 고가로 소비자들의 구매가 활발하지 못해 반도체업체들을 지치게 만들고 있다.
◇ 반등시점은 올해 말=업계 전문가들은 반도체 경기의 위축이 적어도 올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사이 부분적인 반등이 있을 수 있으나 본격적인 반등은 올해 말께나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대우증권의 전병서 부장은 『여러가지 악재가 겹쳐 반도체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시점은 펜티엄4 PC시장이 활성화할 4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면서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통신용 반도체의 순으로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품목별로 극적인 반전도 있을 수 있다. D램 등 일부 품목에서 업체들이 생산을 감축하거나 생산을 포기하는 업체가 나타나 가격이 상승하고 반도체업체들의 매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반도체 품목에서 상위업체 위주로 시장이 재편돼 있어 인위적인 생산감축이 이뤄지기 힘들며 공급량이 줄어든다 해도 워낙 수요가 부진한 상태에서 별다른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기술을 선도하거나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한 반도체업체들로선 불길한 징조가 아닐 수 없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전자 많이 본 뉴스
-
1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2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3
AI돌봄로봇 '효돌', 벤처창업혁신조달상품 선정...조달청 벤처나라 입점
-
4
롯데렌탈 “지분 매각 제안받았으나, 결정된 바 없다”
-
5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6
美-中, “핵무기 사용 결정, AI 아닌 인간이 내려야”
-
7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
8
美 한인갱단, '소녀상 모욕' 소말리 응징 예고...“미국 올 생각 접어”
-
9
아주대, GIST와 초저전압 고감도 전자피부 개발…헬스케어 혁신 기대
-
10
국내 SW산업 44조원으로 성장했지만…해외진출 기업은 3%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