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석의 실리콘밸리 紀行>(6)실리콘 밸리여 영원하라

부시 대통령 취임 며칠전 발생한 실리콘밸리의 단전 소동으로 하이테크 기업들의 업무가 잠시 마비된 사례를 들어 실리콘밸리에 어두운 구름이 밀려온다는 불길한 예측을 한 바 있다. 사실 이때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의 웹사이트가 함께 다운될 뻔했기 때문이다. 취임준비위원회 웹사이트의 호스트는 실리콘밸리내 팰러앨토 소재 클릭옥션(ClickAction)사가 운용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단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예비 발전기로 다행히 위기는 모면할 수 있었다.

부시 대통령이 취임 전후 가장 관심을 표명한 분야는 세금과 교육이었다. 세금 부담을 줄이고 하이테크 인력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은 『미국이 근로자 교육, 특히 하이테크 교육을 잘 시키지 않으면 일자리는 다른 나라로 돌아간다』며 부시의 교육정책을 적극 지지했다. 반면 여성경영자인 칼리 피오리나 휴렛 패커드 회장은 여성과 소수민족을 위한 교육을 강조, 존 체임버스와 또다른 면을 보였다.

캘리포니아는 지난 1846년 미국이 멕시코와의 전쟁에서 빼앗은 곳이다. 이곳에서 황금이 발견된 1848년 전체인구는 1000명에 불과했으나 2000년에는 3300만명으로 폭증했다. 골드러시 때부터 「골드드림」을 가진 사람들이 곳곳에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동부 생활의 족쇄인 규칙과 제도가 없는 매우 자유스런 생활을 영위했고 그 생활은 오늘의 실리콘밸리로 이어졌다. 전세계에서 실리콘밸리로 모여든 젊은이들도 부모의 간섭, 고리타분한 제도, 낡아빠진 기술과 구경제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하고 내심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면서 살아가고 있다.

미국전자협회(American Electronic Association)자료에 따르면 미국 20대 하이테크 산업 도시 중 캘리포니아주의 새너제이가 1위, 오클랜드가 17위, 샌프란시스코가 20위를 마크하였다. 한마디로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의 하이테크 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이고 실리콘밸리 중심 도시인 새너제이 역시 최고 하이테크 산업 도시라는 것이다.

미국은 인종전시장과 같은 다민족국가다. 캘리포니아주 역시 이미 지난 99년 유색 인종이 주민의 과반수를 넘었고, 그 중 아시아계는 무려 23%나 된다. 미국 전체적으로도 향후 30∼40년 후면 이같이 될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실리콘밸리는 백인의 지휘하에 소수민족이 끌고 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민 중 대졸 이상 학력 소지자의 비율을 보면 아시아인이 64%로 백인 46%를 앞지르고 있다. 고소득자로 분류되는 연봉 8만달러 이상인 주민 분포도 역시 아시아인(31%)이 백인(29%)을 상회하고 있다. 소수민족, 특히 아시아 민족이 미국의 하이테크를 떠받치고 있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핵심인물이라고 볼 수 있는 500여 주요 VC의 90%는 백인이다. 물론 최근 중국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계 VC도 약진하고 있다.

아시아는 45개 국가, 인구 36억명, 1600종의 언어를 구사하는 세계 6대주 중 최대 대륙이다. 언어 장벽 때문에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세계 인구의 과반수를 상회하는 아시아 사람 중에는 미국이 두려워하는 천재와 수재들이 수두룩하다. 중국민족이 그렇고, 인도민족이 그렇고, 우리 한민족 또한 그렇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컴퓨터 기술자 중 인도인이 5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리콘밸리를 떠받치는 두개의 축이 자본과 기술이라면 자본축은 아직 역부족이지만 기술의 축은 어느 정도 아시아계에서 조종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취득한 부와 기술을 본국으로 회귀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만이 대표적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5000여명의 대만인들이 본국에 기술과 자본을 연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만의 「신죽밸리」는 실리콘밸리의 복사판이 될 수도 있다. 우리의 「테헤란밸리」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제 실리콘밸리는 미국만의 소유도 아니고 미국내의 한 지명만도 아니다. 사이버 시대에 맞게 제2의 실리콘밸리, 제3의 실리콘밸리가 세계 도처에서 자생하고 있다. 그만큼 세계 속의 실리콘밸리는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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