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약 515만명, 국토 면적 33만8000㎢의 나라. 그 국토의 69%가 침엽수림으로 덮여있고 넓이 500㎡ 이상의 호수가 18만7888군데나 되는 나라, 핀란드.
그곳에 세계 제1의 이동전화단말기 제조회사 노키아(http://www.nokia.com)가 있다.
노키아는 1865년 제지펄프로 출발한 이래로 고무장화, 통신 케이블분야로 영역을 넓히는 등 끝없는 사업확대를 추구했다. 금속·화학·가전·통신기기 등 복합기업으로서 덩치를 늘리는 데 주력한 것이다. 그 결과는 세계적 기업으로 명성을 쌓는 것이었다기보다는 패망으로 가는 길이었다. 기어이 1980년대 말 퇴출될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노키아는 거듭났다. 1992년 요르마 올리라가 CEO에 올라 뼈를 도려내는 듯한 구조조정을 감행한 지 6년여 만에 세계 최고의 이동전화단말기 제조회사가 된 것이다.
노키아는 지난해 이동전화단말기 1억2800만대를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가트너 데이터퀘스트가 분석한 결과로도 노키아는 1억2636만대를 판매해 점유율 30.6%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2, 3위 업체인 모토로라(6009만대)와 에릭슨(4146만대)를 합친 것보다 많을 정도니 노키아의 세계시장 지배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현재 노키아는 세계 130개국에서 자사의 이동전화단말기를 판매하고 있다. 세계 이동전화단말기 회사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다면 노키아는 어떻게 성공했나.
◇선택과 집중 = 노키아는 92년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해 이동전화단말기(노키아모바일폰), 통신시스템(노키아네트워크스), 투자전문회사(노키아벤처스오거니제이션)로 조직을 단소화했다. 가전, 화학, 제지 등 덩치 큰 사업체들을 털어냈음은 물론이다.
노키아벤처스오거니제이션은 인터넷과 같은 신종 비즈니스나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다. 미래 성장사업을 조기에 발굴하고 투자하기 위한 조직인 것.
결국 노키아의 핵심사업이 노키아모바일폰과 노키아네트워크스로 집중됨으로써 통신장비 전문회사로 면모를 일신한 셈이다.
◇발빠른 디지털화 = 노키아는 유럽형이동전화(GSM)와 함께 성장했다. 이동전화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기술혁신의 한 가운데에 GSM이 있었고, 노키아가 재빨리 그 기회를 잡은 것이다.
특히 노키아는 GSM이 개방된 시스템이자 표준규격이어서 세계 어느 나라라도 손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후 노키아는 지난 91년 세계 처음으로 GSM 디지털 이동전화 전파를 발사했고, 94년에는 싱가포르를 아시아 최초의 GSM국가로 만들어놓는 등 세계 전방위 공략을 펼쳤다.
◇노키아 웨이(Nokia Way) = 노키아는 고객만족·개인존중·목표달성·학습지속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속도, 품질, 개방성, 협동도 중요시한다.
이는 세계 어느 회사라도 만들 수 있는 평범한 단어들이다. 그러나 노키아는 그대로 실천한다는 차이가 있다. 특히 항상 목표는 「1등」이다. 어떤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현지시장 1위가 지상목표다. 1등에 오르기 위해 학습하고 고객만족을 실천하는 것이다.
지난 95년 12월 노키아는 『미국시장에서의 이동전화단말기 판매량이 예상을 밑돌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의 영향으로 미국 주식시장에서 기술 관련주들이 동반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을 「노키아 쇼크」로 내몰았다. 지난해 말에도 노키아는 예상을 밑도는 이동전화단말기 판매량을 발표, 다시금 노키아 쇼크를 일으켰다. 뒤이어 모토로라, 에릭슨의 이동전화단말기 사업이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미국 주식시장을 크게 흔들어 놓기도 했다.
이처럼 노키아는 이미 단순한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가 세계경제의 한 지표로 올라선 상태다. 우리나라에는 노키아식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할 싹들이 있는가.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3
'과기정통AI부' 설립, 부총리급 부처 격상 추진된다
-
4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5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6
은행 성과급 잔치 이유있네...작년 은행 순이익 22.4조 '역대 최대'
-
7
두산에너빌리티, 사우디서 또 잭팟... 3월에만 3조원 수주
-
8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9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
10
상법 개정안, 野 주도로 본회의 통과…與 “거부권 행사 건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