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트랙레코더>5회-정성인 인터베스트 부사장

지난해 미국 체이스 계열 금융기관인 체이스캐피털아시아테크놀로지(CCAT)와 600억원 규모의 「인터넷 인프라 전용 펀드」를 결성한데 이어 최근 이스라엘계 미국 펀드인 「카발로」와 350억원 규모의 전략적 매칭펀드를 결성, 벤처캐피털업계에서 주목받는 인터베스트 정성인 부사장(39). 정 부사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펀드 중심의 정통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투자문화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 부사장은 KTB네트워크(구 한국기술개발) 공채 1기다. KTB네트워크에 근무하고 있는 박훈·반윤국 이사, 한국IT벤처투자 안재홍 대표, 테크노캐피탈 이웅휘 전무 등이 입사동기들이다. 정 부사장은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첫발을 디딘 계기를 「우연」이라고 표현한다.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학과 조교와 동기였던 KTB네트워크 김형기 상무가 당시 조교를 통해 추천을 의뢰했고 그냥 한번 원서를 낸 것이 벤처캐피털업계와의 첫 인연이다.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20년이 지난 현재 7명의 입사동기 중 정성인 인터베스트 부사장만큼의 트랙레코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 벤처캐피털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KTB네트워크 시절의 트랙레코드를 자신의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투자, 사후관리, 투자회수 등 투자가 한사람에 의해 이뤄지지 않는 KTB네트워크의 특성을 고려할 때 스스로의 트랙레코드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정 부사장의 설명이다. 진정한 트랙레코드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펀드를 기본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정 부사장의 생각이다.

스스로 트랙레코더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메디슨·카스·미래산업·아토·화인반도체기술 등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 올라 있는 상당수의 하이테크 기업이 KTB네트워크 근무시절 정성인 부사장의 손을 거쳐 갔던 기업들이다.

결국 자신의 정통 트랙레코드를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에 지난 97년 15년 동안 몸담았던 KTB네트워크를 떠나 현대기술투자로 자리를 옮겼다. 이 때문인지 정 부사장은 지난 97년부터 2년6개월 동안 현대기술투자 투자심사부장으로 근무하면서 26개 기업에 500억원을 투자하며 자신의 화려한 트랙레코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거래소 상장업체인 자화전자를 비롯해 코스닥시장의 주성엔지니어링, 대백신소재, 인성정보, 태산LCD, 다음커뮤니케이션, 포커스, 다우데이타시스템, 화인반도체기술,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 이건창호시스템, 다산인터네트 등 현대기술투자의 성공사례가 대부분 정성인 부사장의 손에서 이뤄졌다.

이 중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는 2억7000만원을 투자, 200억원에 달하는 투자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정성인 부사장은 벤처캐피털업계의 가장 중요한 3가지 단어로 「네트워크」 「레퍼런스」 「트랙레코드」를 꼽는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펀드를 결성, 1∼2번의 사이클을 거쳐야만 진정한 벤처캐피털리스트라고 할 수 있고 이 때 만들어진 투자실적이 진정한 트랙레코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에서 트랙레코더를 말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우수한 후배들이 많은 트랙레코더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정통 트랙레코더로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정 부사장의 바람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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