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은 살아있다>(1)다시 뛰는 중견기업들-e비즈 전환 발등의 불

세계 최대 네트워크장비 제조업체인 미 시스코시스템스는 최근 기업대상 인터넷비즈니스 컨설팅 사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네트워크장비 제조업체가 사업과는 무관해보이는 인터넷비즈니스 컨설팅 시장에 뛰어든다는 게 의아스러울 정도다.

그러나 시스코시스템스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시스코시스템스는 지난해 인터넷을 이용한 프로세스 개선으로 총 13억5000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했으며 고객만족도를 25% 가까이 끌어올렸다.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서두른 기업 및 업무의 e비즈니스화가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시스코시스템스는 현재 모든 주문량의 85%가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을 정도로 IT제조업의 e비즈니스 성공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IBM·HP·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중대형 컴퓨업체들도 치열한 경쟁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의 기업모델을 e비즈니스 체제로 전환한 후 이 경험을 살려 현재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e비즈니스 솔루션을 판매하고 있다. 일본의 후지쯔는 지난 99년 일본의 최대 인터넷서비스 중 하나인 니프티서브를 인수하고 IT제조업체에서 종합인터넷서비스업체로 변신을 선언했다.

이처럼 IT제조업체의 e비즈니스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그러나 국내 IT제조업체의 e비즈니스 추진현황은 초라한 실정이다. LG전자 등 대기업 IT제조업체들이 최근 e비즈니스화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중견 업체들은 과연 e비즈니스 마인드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중견 IT제조업체 중에선 텔슨전자를 비롯한 몇몇 기업이 최근 e비즈니스화의 전초단계인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한 게 고작이다. 여타 업체들도 올해부터 본격적인 e비즈니스화를 계획하고 있지만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무산될 공산이 커지고 있어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업계전문가들은 『온라인을 매개로한 e비즈니스가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물리적 공간에서 경영활동을 전개해 온 IT제조업체들의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며 『발빠른 변화만이 IT제조업체가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남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e비즈니스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e비즈니스는 기존 경영활동의 영역을 가상공간으로 이전함으로써 기업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내 경영프로세스의 혁신으로 경영 효율성을 높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 신규 수익원 확보 및 고객관계 강화를 통해 고객의 가치를 증대시키는 것이 e비즈니스를 도입해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다.

IT제조업체의 성공적인 e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보면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e비즈니스 추진 이유가 명확하다. 단순하게 하나의 트렌드로 받아들이고 무계획적으로 도입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기 때문에 사전에 e비즈니스가 창출하는 가치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둘째 e비즈니스 추진 프로세스를 확립해야 한다. 대체적으로 e비즈니스는 진단, 비전, 전략, 실행계획, 실행 등의 단계로 구성된 프로세스에 의해 추진된다.

셋째 e비즈니스는 경영의 효율성과 신규 비즈니스라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e비즈니스는 현재 물리적인 경영환경을 자연스럽게 가상공간으로 이전시키면서 e비즈니스를 통한 신규사업이 가져오는 가치를 창출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e비즈니스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e비즈니스에 적합한 조직구조 및 시스템을 구축하고 필요하다면 사내분사나 외부 벤처기업 등과의 연계에 주저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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