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사업자 선정 연기 파장과 전망

동기식사업권을 추진했던 업계와 외국통신사업자의 요청을 받아들여 「선정을 연기한다」는 지난 23일 정통부의 발표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특히 이같은 결과가 정부·서비스업계·산업계 모두가 포함된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계자들의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기사업자 선정할 수 있을까|

정통부 장관이 사업자 선정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한 마당에 과연 동기식 IMT2000 사업자가 선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지난해말 한국통신과 SK텔레콤 등 국내 최대의 통신사업자를 동기식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는 비동기식사업자로 선정한 결과에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현재의 상황은 당시의 전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오히려 어떤 측면에서는 더 비관적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안 장관은 23일 발표에서 어려운 자금시장과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들의 위축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 국한된 문제다. 정통부의 발표는 사실 구조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보다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결론적으로 동기식을 열망했던 정통부나 업계 모두 백기투항한 것이다. 동기식을 희망하는 서비스업계와 장비업계는 그 스스로 해결해야 할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못했다. 업계는 출연금 삭감 등 보다 실질적인 정부지원 대책이 뒤따르지 못했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못했고 KT 및 SKT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실패한 것이다.

특히 국내통신사업자든, 해외통신사업자든 컨소시엄의 간판을 내세우지 못했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일정대로 동기식 IMT2000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외쳤던 정부 또한 동기식사업자 선정과 관련, 무대책임을 드러냈다. 그랜드컨소시엄 구성을 자신한다는 당초의 정통부 발언은 LG, 포항제철, 삼성-퀄컴 등 간판역할을 해야 할 주자들의 무관심으로 공수표로 돌아갔다.

막판에 불거진 하나로통신 등 컨소시엄의 출연금 감면 요구만하더라도 정통부는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사실상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비동기사업자와의 형평성 및 통상마찰 등을 이유로 제시하며 감면은 힘들고 납부기한은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는 게 정통부의 주요 검토내용이었다.

업계와 정통부가 현재의 상태에서 부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한 상황에서 사업신청 일정을 얼마간 연기한다해서 문제가 풀릴지는 의문이다. 컨소시엄 「간판」 영입과 출연금 감면 등의 조치는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에 가깝기 때문이다. 자금시장이 좋아지고 경기가 나아지더라도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은 힘들다는 게 정설이다.

|동기식 포기가능한가|

상황이 복잡하다해서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문제는 IMT2000에 대한 국내 논의의 시작단계부터 그 중심에 서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지난해 9월 이전까지 만해도 정통부는 2동기·1비동기의 IMT2000 사업자 구도를 희망했었다. 사업자들의 요구에 따라 1동2비가 된 상황에서도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동기식채택을 강렬히 열망해왔고 이를 위해 보이지 않는 「압력(?)」도 행사했었다.

정통부가 이처럼 동기식기술에 애착을 가졌던 이유는 CDMA를 기반으로 한 우리나라가 동기식 기술채택에 적합할 뿐 아니라 향후 해당산업의 국제경쟁력 차원에서도 유리했기 때문이다.

서비스활성화를 통해 장비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입대체 및 해외수출을 추진한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정보통신정책이었다.

정통부는 동기식사업자 선정이 난망한 상황에서도 3비구도의 IMT2000정책은 국내산업의 몰락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통부는 비동기식과 관련한 국내 장비업체의 로열티부담은 동기식의 2배에서 최대 4배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손홍 정보통신정책국장은 『자체조사결과 삼성이나 LG의 경우 로열티 크로스 라이선싱을 하더라도 로열티 부담이 13%에 달할 것이고 중견업체들은 20%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손 국장은 『국내 IMT2000시장이 3개 비동기 사업자 구도로 간다면 장비업체 대부분은 OEM업체로 전락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정통부의 고민은 이에서 그치지 않는다. 부시행정부 등장이후 한미간의 통상마찰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IMF와 함께 출범한 「국민의 정부」는 거의 전면적 수준의 통신시장을 개방했었고 한미간 정보통신분야의 갈등은 지적재산권문제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우리나라 정보통신 수출은 국내산업 전체의 30% 수준인 510억달러였고 이를 통한 IT분야 무역수지흑자는 산업전체보다 39억달러 많은 160억달러에 달했다. 물론 국내 IT분야 수출 및 무역수지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반면 지난해 미국은 3500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상태며 이 중 한국은 중국·일본과 함께 10대 대미무역수지 흑자국가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와중에서 우리나라가 동기식기술을 포기한다면 미국의 반발은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

미국은 지난해초 중국의 WTO 가입문제를 놓고 자신들이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CDMA 기술채택과 연계해 협상을 전개했을 정도였다.

만약 정통부가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을 포기한다면 대미 통상마찰을 감내하겠다는 의사표시일 것이다.

|제3종합통신사업자를 유인|

정보통신부가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어떻게 추진할지 예측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대로 강행할 수도, 그렇다고 방향전환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듯 정통부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자금력과 기술력있는 국내외 업체들로 컨소시엄 구성이 가시화할 때까지 허가신청 접수기한을 연기한다. 그러나 상반기중 동기식사업자는 반드시 선정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추가선정일정을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는 점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점에서 정통부는 당분간 제3의 IMT2000 사업자 선정문제를 덮어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악의 상황에서 행정적 절차만 진행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정통부는 지난 19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밝혔듯이 통신시장 구조조정 및 새로운 경쟁정책을 중심으로 통신정책 수립에 매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통부는 이미 지난 19일 업무보고에서 「업계 스스로 3개의 유무선 종합정보통신사업자 그룹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주변여건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달 국회에서는 「3개의 종합정보통신사업자구도의 통신정책을 위해 관련법을 대폭 손질하겠다」고 그 방향을 제시한 상태다.

통신시장 구조조정 및 새로운 경쟁정책수립을 통해 KT 및 SKT에 필적할 수 있는 제3의 종합정보통신사업자 그룹을 찾아내고 이를 동기식 IMT2000 사업자로 자연스럽게 유도한다는 계산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사실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 실패는 동기식 컨소시엄의 간판을 찾지 못했다는 점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정통부가 만약 새로운 경쟁정책이란 조건을 제시하고 국내 통신시장의 절대강자 KT와 SKT를 제외한 나머지 통신주자군의 구조조정을 이끌어낸다면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은 그 희망이 보일 수 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정통부가 KT와 SKT를 제외한 나머지 통신주자군의 구조조정을 이루어내고, 그 구조조정 과정에서 새로운 제3자를 유인해 낼 수 있고, 그 제3의 기업에 KT 및 SKT와 필적할 수 있는 경쟁력을 부여할 수 있는가다.

만약 정통부가 구조조정을 통해 제3사업자를 찾아내고 경쟁력을 부여할 수 있다면 모든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주목되는 것은 업계의 반응이다. 안 장관의 23일 기자간담회 이후 정통부가 동기식 IMT2000 사업자의 간판으로 지목하고 구애했던 LG그룹과 포항제철이 「상황이 많이 변했고 정부의 향후 정책을 기대한다」고 반응하고 있다.

정통부가 LG와 포항제철을 설득할 수 있는 대안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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