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은 살아있다>(2)ADSL-현대전자 이천공장:성공과 좌절

사실 현대전자가 ADSL개발을 시작한 지난 97년 당시만해도 이의 성공여부에 대한 대내외적인 시선은 물음표였다. 이전에 현대가 진행해온 통신사업이 이동전화사업을 제외하고는 개발도중 중단되거나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었다.

이같은 과거 때문인지 일부 반도체 업체는 현대전자에 샘플을 주는 것조차 꺼려하는 등 당시 현대전자는 소위 대기업이라는 프리미엄까지도 누리지 못했다.

현대전자 ADSL연구원 30여명은 이러한 서러움을 뒤로한 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에 몰두했고 지난 98년 8월 국내 최초로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 99년 5월에는 미국 뉴햄프셔 대학의 ADSL 호환성 테스트에 합격한 데 이어 6월 이 테스트에 합격한 업체에만 자격이 주어지는 슈퍼콤 99전시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 전시회의 참가자격을 부여받은 업체가 알카텔·시스코시스템스·노텔네트웍스·NEC 등 주로 대형 통신장비업체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현대전자의 참여는 큰 반향을 불러왔다.

현대전자가 그해 10월에 알카텔에 이어 국내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한국통신 규격승인 테스트에 합격한 데 이어 12월부터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 국산 ADSL시대를 개막했다.

초기에는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특히 거리에 따라 속도가 저하되는 문제점이 발견돼 소비자에게 공급한 ADSL모뎀을 리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문제를 점차 개선, 현재 전국 300여개 한국통신 사이트에 DSLAM장비를 공급, 설치했으며 지난해 10월부터는 한국통신과 함께 농어촌 정보통신망 사업에 참여, 유일하게 원격 DSLAM장비를 공급중이다. 또 하나로통신에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DSLAM을 공급,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대전자는 지난해 국내에서 50만회선의 ADSL모뎀 및 DSLAM을 판매, 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러한 실적을 반영, 현대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불과 반년도 안돼 하나의 팀에서 단말기사업부, 시스템사업부와 동격인 전략사업부(SBU)로 격상돼 화제를 낳기도 했다.

현대전자는 지난해 한국통신이 실시한 ADSL입찰에서 탈락, 국내 매출에서의 고전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를 타 업체보다 먼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 이 회사의 전략이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해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태국에 ADSL장비를 수출했으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일본·대만 등의 시장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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