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엔터테인]모바일 연애시뮬레이션게임 인기 짱

『오빠, 나 다쳐서 병원에 있거든. 이리로 와 줄래?』

대학생 강형구씨(20)는 배가 아파 병원에 입원한 애인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하지만 강군은 문병갈 생각은 않고 휴대폰의 버튼만 연신 눌러댄다.

휴대폰 화면에는 병원에 입원한 연인에게 어떤 선물을 전해줄지를 묻는 메뉴가 떠 있다.

강군은 주저없이 꽃바구니를 선물로 골라 휴대폰 속의 연인에게 사랑의 메시지와 꽃바구니를 보낸다.

『병원에 갈 필요가 없지. 여자친구는 사이버에만 존재하거든.』

『문병 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친구에게 강군은 이처럼 태연스럽게 말한다.

강군이 하고 있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휴대폰을 통해 가상의 연인을 사귀는 모바일게임 「알라뷰」다.

이처럼 최근 휴대폰으로 가상의 연인을 사귀는 모바일 연애시뮬레이션게임이 인기를 얻고 있다.

강군이 빠져있는 알라뷰란 게임은 휴대폰에서 8명의 여자 캐릭터와 4명의 남자 캐릭터 중 하나를 선택, 사랑을 키워가는 연애게임이다. 강군처럼 이 게임에 빠진 휴대폰족, 일명 「모티즌」은 가상의 연인에게 진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

알라뷰 캐릭터들은 다양한 성격을 갖고 있어 사용자는 가상 연인들의 성격을 잘 파악해 사랑을 이루는 것이 목적이다. 플레이어는 연인이 좋아하는 장소, 기호품들을 알아내 호감을 사야 한다. 가상연인의 바이오리듬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자주 접속, 확인도 해봐야 한다.

이 같은 관심을 통해 호감도가 일정 이상 되면 자신의 휴대폰으로 문자 및 음성메시지가 날아오고, 아침에는 모닝콜도 받을 수 있다. 또 전화 ARS를 통해 「사랑한다」는 연인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도 있다.

이 게임을 시작한 지 한달 됐다는 이진기씨(21)는 『일반적인 연애 시뮬레이션과는 달리 가상의 연인이 문자메시지나 ARS를 통해 애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실제 연애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가상 연인으로부터 응답메시지가 없으면 불안할 정도』라고 말했다.

모바일게임업체인 컴투스가 서비스하는 「연인」도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이 게임은 스토리없이 연인을 만들어야 하는 알라뷰와 달리 일반적인 PC용 연애시뮬레이션게임처럼 정해진 시나리오를 진행하면서 가상의 연인을 만들어간다.

스토리라인을 따라 게임을 진행하다 어떤 상황에 처했을 경우 사용자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연인이 될 수도 있고 또 딱지를 맞기도 한다.

컴투스의 문종민 대리는 『현재 001과 019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데 하루에 2만명 가량이 접속, 가상의 연인을 만들기 위해 「구애」를 벌이고 있다』며 『연인을 만들 수 있는 비법을 알려 달라는 전화문의가 적지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상의 연인을 만드는 데 빠져있는 사람들은 연령을 가리지 않는다.

연인이 없는 청소년의 경우 부끄럼없이 연인을 사귈 수 있고 실제 상황에서도 이를 응용해 볼 수 있어 인기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한참 이성에 관심이 많은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은 물론 기혼자들까지 이러한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원조교제」 등 탈선의 온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인터넷 채팅과 달리 사회문제를 야기할 소지 없이 욕구를 충족하고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인」을 즐겨한다는 이모씨(35)는 『사이버상의 연인과 데이트를 하다 보면 하루동안 회사생활에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며 『실제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가상의 연인이기 때문에 별로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예상외로 성인들의 반응이 뜨거워지자 성인용 모바일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을 준비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반향에 대한 사회학자들의 견해는 차갑다. 한 전문가는 『점차 소외돼 가는 현대인들의 특성과 유선전화와는 달리 지극히 개인적인 휴대폰의 특성이 맞아 떨어진 때문이긴 하지만 불만족스러운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좌절감이나 소외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같은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에 자주 빠지다 보면 사회생활에 악영향을 미치고 게임의 상황과 실제상황을 혼돈해 성윤리가 문란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시도 때도 없이 게임에 접속하고 게임에 중독되다 보면 이성을 단순한 정복대상으로 생각하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판단력과 자제력이 떨어지는 청소년들의 경우 너무 빠져들지 않도록 부모들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며 『성인 이용자들도 비록 가상이지만 정신적인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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