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상이몽서 벗어나자

그동안 집행부 구성문제로 설립에 난항을 겪어온 한국전자회로산업협의회가 드디어 출범하게 됐다. 주요 PCB업체의 경영자들은 모임을 갖고 집행부 구성문제를 마무리짓고 오는 3월 공식 출범키로 합의했다. 국내 PCB산업의 발전 및 세계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위상제고를 위해서는 비록 때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협의회 발족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협의회 설립으로 세계 PCB단체협의체(WECC)회의에서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어온 국내 PCB업체들의 불편이 해소되고 선진 외국 업체들의 기술동향 등을 제때 파악할 수 있게 됐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지난 6개월간 난항을 겪어온 협의회 설립과정을 지켜본 기자 입장에서 국내 PCB업체들이 여전히 우물안 개구리식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동안 협의회 집행부 구성이 난항을 겪은 것은 전적으로 주요 PCB업체 대표들이 회장직을 맡지 않겠다며 협의회 설립에 미온적인 자세를 보인 탓이다.

이는 삼성과 LG 등 대기업과 대덕·코리아써키트 등 PCB산업을 대표하는 업체들의 속좁은 이해관계 때문이었다. 업체간 정보교류 및 기술교류 확대가 선발업체인 자신들에게 별다른 도움이 안될 뿐 아니라 경쟁업체에 오히려 도움을 줄 뿐이라는 일종의 피해의식을 갖고 있어 협의회 발족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더욱이 이 업체들은 겉으로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았어도 「그동안 협의회 없이도 별다른 불편없이 사업을 잘해왔는데 굳이 자신들보다 후발업체에 도움이 되는 단체를 만들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 PCB산업의 발전 및 위상제고를 통한 개별업체의 사업확대라는 거시적 시각보다는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업체들에 더욱 신경을 쓰는 미시적인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어쨌든 발기인 모임 이후 6개월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나 우여곡절 끝에 집행부 구성문제를 마무리짓고 협의회가 출범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협의회 발족을 계기로 국내 PCB업체들이 열린 마음, 거시적 시각을 갖고 세계무대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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