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과 관련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치가 어느정도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IT관련 모든 업체가 글로벌을 외치고 세계시장을 부르짖고 있지만 정작 우리의 위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20일부터 이틀간 싱가포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정보기술(APIT)포럼에서 만난 이석우 펜타시큐리티 사장이 격앙된 목소리로 내뱉은 한마디다. 아마도 한국은 아시아지역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정보대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졌지만, 정작 이번 행사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다른 아시아국가에 비해 포럼 참석률이 극히 저조하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내부에서 평가하는 우리나라는 누가 뭐래도 「IT강국」이다. 아시아지역에서 인터넷사용률이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초고속통신망사용자가 40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탄탄한 통신인프라를 갖고 있다. 이미 아시아에서는 쫓아올 나라가 없다고 자부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우리의 비교상대는 미국이나 일본이었지, 결코 다른 아시아국가가 아니었다. 하지만 정작 밖에서 보는 우리나라의 IT지수는 불행스럽게도 기대 이하다. 특히 같은 아시아권에서 한국은 그리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주최측인 IDC는 이번 APIT포럼에 한국을 비롯한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대만·홍콩 등 전세계 12개 국가에서 1220여명이 등록했다고 공식발표했다. 이 가운데 한국에서 참가한 사람은 20여명 안팎에 그쳤다. 정부관계자 1명이 패널 연사로 자리를 지켜 간신히 체면을 유지했다. 반면 우리보다 정보화가 한참 뒤떨어진다는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인도 조차도 10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해 다른 나라 IT리더와 의견을 교환하고 얼굴 알리기에 분주했다.
최근 국내경기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대부분의 IT업체가 해외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글로벌 네트워킹 구축과 국제무대에서 IT강국 한국의 위상을 제고하는 일이다. 미국은 둘째치고라도 아시아 주변국가에서조차 한국을 「은둔의 나라」 정도로 생각한다면 해외진출은 대답없는 메아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 안에서 해외시장을 백번 외치기보다 밖에 나가 어설픈 영어지만 명함 1장이라도 더 교환하려는 IT리더가 많을수록 정보대국으로 한국의 지위는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
<싱가포르=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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