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통신시장을 3개의 유·무선사업자 체제로 재편하겠다는 방침은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내 정보통신산업은 단기간에 고속성장을 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업체들이 난립, 과당경쟁을 벌이면서 속으로 곪아온 부분이 없지 않다. 특히 유·무선사업자의 비중이나 파급효과 등이 막중한 점을 감안하면 통신산업의 구조조정은 긴요하고 시급한 일이다.
경쟁은 경쟁 당사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비자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심해지면 경쟁 당사자가 부실해진다. 또 국내 산업 체질이 약해지거나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미 유선의 경우 경쟁체제에 돌입하면서 사업자들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무선의 경우도 셀룰러나 PCS에 이어 IMT2000까지 등장하면서 이동전화업체 수는 엄청나게 늘어나게 된 셈이다. 특히 초고속통신망의 경우도 대형 유선전화사업자는 물론 많은 중소업체가 참여,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국내 통신시장에서 중복투자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잉상태는 아니라고 말해 왔다. 그렇지만 이번 정부의 조치는 국내 통신시장이 어느 정도 과잉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며 그런 상태로 인한 과당경쟁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록 때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정부가 지금이라도 그 같은 점을 인식, 환부를 도려내겠다고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은 일단 실행에 옮긴다는 부분에는 찬성이지만 그 방법이 그리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번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이 근본적인 치유책이라기보다는 대증요법에 가깝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통신시장에는 3개 사업자가 적정하고, 그것을 인정하면 통신시장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될 것과 같은 생각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정부는 과당경쟁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을 사업자 수를 제한하는 것으로 본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간명하긴 하지만 바람직한 해결책은 아닐 수도 있다. 그렇게 하면 산업의 균형적인 발전을 해칠 수도 있으며 자칫 이해 당사자에게 적지 않은 희생과 고통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통신시장의 구조조정을 위해 몇 개 사업자가 적당한지를 발표하기 이전에 국내 정보통신산업이 과잉·중복으로 치닫게 된 원인을 제시했어야 했다. 정확한 원인 규명이 없으면 치유책도 얻기 어렵다. 과잉이나 중복투자가 된 데에는 업체들의 무분별한 참여가 일차적인 원인이겠다. 대부분 정보통신사업이 인허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업체들이 과당경쟁을 벌이지 않도록 유도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이 있으며 보완해야 하는 것이다. 과당경쟁이 벌어지면 업체를 싹뚝싹뚝 잘라내는 식의 정책을 펴서는 곤란하다. 앞으로 통신시장에서 3개 사업자가 적정하지 않다면 그때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국내 통신시장을 건전하게 육성할 수 있는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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