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태평양 IT포럼 2001>아시아에 e강풍

「e아시아가 뜨고 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맞아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 등 아시아의 주요 국가들이 국가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정보기술(IT) 분야에 뭉칫돈을 쏟아부으며 아시아를 e(온라인)바람으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이들 국가는 전자정부 구축, 컴퓨터 및 휴대폰 보급 확대, 온라인 무역 구현 등 IT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며 e아시아 맹주자리를 위해 맹렬히 질주하고 있다.

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미국 IDC(http;//www.idc.com)가 조사한 자료(작년 8월 기준)에 따르면 2000년 세계 IT시장의 총 지출액은 9750억달러. 이 중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총 규모의 17.1%인 1657억달러를 차지했다. IT전문가들은 올해는 아시아지역의 비중이 이보다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IT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컴퓨터와 휴대폰 판매성장률이 미국·서유럽 등 선진국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아시아지역의 컴퓨터 판매량을 보면 전년보다 무려 29.6%나 늘어나는 고성장을 했지만 미국과 서유럽은 10%선을 조금 넘었을 뿐이다.

또 지난 한해 4억1200만대 가량이 판매된 휴대폰의 성장세에서도 아시아지역은 구미 선진국을 앞서고 있다. 이는 향후 몇년간 지속될 전망이다.

IT시장의 중요한 척도가 되는 인터넷 인구도 폭증세를 보이고 있는데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그룹은 4년 후인 2004년 아시아지역의 인터넷 인구가 1억8800만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아시아 열풍의 선두에는 한국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세계적 IT인프라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한국은 2002년까지 세계 10위권 정보화 선진국 진입이라는 국정 목표를 세우고 IT강국을 위해 힘차게 질주하고 있다.

인터넷 인구가 조만간 2000만명을 넘을 전망이며 지난해 10월말에는 초고속 인터넷 인구가 300만명을 돌파하기도 해 아시아지역의 본받고 싶은 모델(role model)이 되고 있다.

IDC는 작년 한국의 총 IT투자 지출(수요)이 110억달러(PC 43%, 서비스 20%, 패키지소프트웨어 10%, 서버 10%, 근거리무선망 8%, 프린터 7%, 워크스테이션 2%)인데 올해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13억 인구의 중국은 냉전체제 붕괴 이후 세계 최강 미국과 겨룰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명성을 얻고 있는데 막강한 내수를 바탕으로 아시아 최고의 e국가 조짐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이미 국내총생산(GDP)이 1조달러를 넘어 세계 7위의 경제대국을 자랑하고 있으며 휴대폰 사용자는 지난해말 8500만명을 훌쩍 넘었다. 5년후인 2005년에는 3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터넷 인구도 급속히 늘고 있는데 지난해 상반기에 이미 200만명을 돌파했으며 중국어 웹사이트도 3만개를 넘어서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 비즈니스를 표방하는 이른바 닷컴 벤처의 설립도 줄을 잇고 있는데 일부는 미국 나스닥에서 성공적으로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나타나고 있는 세계 닷컴 열기 냉각현상이 중국의 경우에도 예외가 없어 대표적 토종사이트인 소후닷컴이 인력 감원에 나서기도 했다.

세계 두번째 부국인 일본도 한국과 중국보다 늦었지만 「e재팬」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지난해부터 IT강국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제조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임에도 불구하고 정보화에선 2류 국가라는 불명예를 받아 왔던 일본은 이제 e재팬 전략을 바탕으로 아시아의 IT맹주는 물론 2005년까지는 미국도 추월한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은 각종 관련 법률을 정비하는 한편 IT인력 확대 등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고 있는데 지난해말 모리 내각은 「고도 정보통신 네트워크사회 형성기본법(일명 IT기본법안)」을 공포하기도 했다. 또 일본 정부는 올해 e재팬 구축을 위해 총 6000억엔을 IT분야에 투입할 예정으로 있다.

19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세계 최대 무선인터넷 사업자인 NTT도코모가 선봉에 서서 e재팬을 이끌고 있으며 세계적 수준인 정보가전 기술도 e일본의 앞날을 밝게 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주피터는 일본의 무선인터넷시장 규모가 지난해 390억엔에서 오는 2005년 5940억엔(51억1000만달러)으로 무려 1400%나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고급 소프트웨어 인력의 사관학교인 인도도 아시아의 IT강국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인도의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 점유율은 20%나 되는데 미국에 이어 두번째 수준이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 내수가 8년 연속 50% 이상 고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적 IT업체들이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에 주목하고 있는데 이는 임금이 싸면서 영어와 수학 등의 실력이 뛰어난 우수한 인력 때문이다.

이들의 기술력은 2000년 컴퓨터 인식오류(Y2K)문제 해결 과정에서 이미 그 수준을 인정받은 바 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 등이 인증하는 하이테크 기업용 국제기술규격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레벨5」를 취득한 전세계 50개 기업 중 인도 업체가 무려 29곳이나 되기도 했다. 여기에 「포천」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203개사가 인도의 소프트웨어업체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도가 매년 배출하고 있는 IT관련 기술자 수는 약 8만명에 달하는데 최고 두뇌 산실은 인도공과대학(IIT)이다. 마이크로소프트·IBM·모토로라·필립스 등 세계 유수의 IT기업들이 고급인력 확보를 위해 인도에 잇따라 연구개발 거점을 마련하고 있는 것은 인도의 우수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준다.

아시아 최고의 금융도시인 싱가포르는 디지털경제를 위한 IT 인프라 개발에 아시아 어느 국가 못지않게 일찍이 뛰어들었다. 98년 싱가포르 전국을 하나로 묶는 고속 광케이블망인 「싱가포르 원」을 만들어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과다한 요금 책정으로 인해 지난 2년간 이용자들이 일부에 한정되기도 했다. 이에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해부터 향후 10년간 새 디지털경제정책인 「인포컴21」을 입안해 국민 각층에 IT를 광범위하게 보급하고 있다. 인포컴21에서는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저소득층 3만가구에 중고PC를 무료로 공급하는 한편 인터넷 접속 요금을 무료화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또 지난 4월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겨 통신시장의 「완전자유화」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밖에 「인터넷 진흥책」을 발표, 이를 통해 싱가포르내 모든 산업을 인터넷화하는 한편 국제적 전자상거래의 중심으로 발돋움한다는 청사진을 가지고 있다.

싱가포르와 더불어 일찍부터 IT강국을 선언한 말레이시아는 IT인프라에 있어서는 싱가포르 못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IT산업은 「인프라 정비」라는 1단계 작업을 완료한 상태다.

이 나라의 대표적 IT진흥책은 마하티르 총리가 제창하는 고도정보화 도시계획인 「멀티미디어·슈퍼코리더(MSC)」에 잘 나타나 있다. MSC는 수도인 콸라룸푸르를 포함해 동서 15㎞, 남북 50㎞의 지역에 대용량 광케이블을 설치, 전자정부 및 인터넷 확산을 위한 교육·의료·다목적 IC카드의 이용 등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밖에 말레이시아는 국내외 하이테크 기업의 연구개발 활동 지원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데 하이테크 기업 유치를 목적으로 「MSC 스탠더드(표준)」를 제정하고 있다. 스탠더드를 취득한 기업에는 법인세 면제 및 외자 전액출자, 외국인 고용 자유화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당국자에 따르면 MSC 스탠더드를 취득한 기업이 400곳에 육박하고 있다. 또 지난해 7월에는 연구개발도시인 「사이버 자야」를 개설했는데 이곳에는 일본전신전화(NTT)·멀티미디어대학·텔레콤말레이시아 등 3개사가 최초로 입주하기도 했다. 사이버 자야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소프트웨어 개발인력 확보도 쉬워 해외 유수업체들의 입주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방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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