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출이다>(3)보안 솔루션-^IT곳간^지키는 황금빗장

디지털사회의 안전과 신뢰를 보장해 주는 정보보안 분야가 정보기술(IT) 분야의 수출 선봉장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지난해가 정보보안 제품의 수출을 위해 해외 시장 기반을 다지는 해였다면 올해는 본격적인 수확기에 접어드는 해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정보보안 업체들은 올해 매출액의 상당부분을 수출분야에서 거둬들일 수 있다고 보고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국내 정보보안 시장은 전자상거래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인터넷 뱅킹, 사이버증권거래의 증가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9년까지만 해도 450여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던 정보보안 시장은 지난해에 1500여억원 규모에 이르는 등 IT분야의 떠오르는 샛별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불과 2∼3년 전 만해도 20여개 안팎에 지나지 않던 정보보안 업체가 최근에는 200여개사로 늘어났다. 업계 단체인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회원사만도 올 들어 140여 업체를 육박하는 등 최근에는 업체들간 과당경쟁의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오는 7월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시행에 따른 사회기반시설 및 공공기관 등의 정보보안 수요가 크게 늘어나 올해 정보보안 시장규모가 많게는 지난해에 비해 10배 가량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참여 업체수도 날로 늘어나고 있어 개별 업체에 돌아가는 평균 매출액은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업계를 주도하는 일부 업체와 그렇지 못한 많은 업체들의 부익부빈익빈 현상도 심화될 전망이다. 또 정보보안시장의 성장에 따른 대기업 계열사들의 잇따른 신규 진출은 자금력이 부족한 벤처 중심의 보안업체에 있어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IDC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세계 정보보안 시장은 지난 99년 약 55억달러 규모에서 올해 약 87억달러, 2004년 약 172억달러로 증가하는 등 연평균 25.7%의 신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미국 시장은 99년 약 28억달러에서 2004년에는 82억달러 규모로 증가해 세계 시장의 50%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역별 시장규모를 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99년부터 2004년까지 연평균 29.7%를 기록하며 일본(30.9%)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신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이 WTO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적극 후원한 것이 이 지역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IDC는 분석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시장조사한 자료에서는 세계 정보보안 시장이 지난해 110억달러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했고 오는 2003년까지 연평균 32%대의 성장률을 유지하면서 210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양쪽 기관이 예측한 시장 규모는 다르지만 정보보안 시장이 고성장의 길목에 서있다는 점에서는 견해를 같이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서서히 해외로 눈을 돌리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해외시장을 뚫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데다 국내 기술력도 어느 정도 완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업계 전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보안관련 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미국, 이스라엘 등 몇몇 선진국에 국한돼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내 정보보안 업체들의 수출노선은 매우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보보안 업체들이 국내용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최근 국제표준화기구(ISO)가 국제인증제도로 채택한 「BS7799」, 국제공통평가기준(CC·Common Criteria) 등 각종 국제인증과 정보보안 제품의 성능을 평가해 주는 트루시큐어의 ICSA인증 획득도 중요한 관건으로 꼽히고 있다. 정보보안 분야에 국제인증제도가 도입된다는 것은 과거 품질인증제도(ISO9000)처럼 각 기업들이 국제인증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 국제간 거래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해 국제경쟁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정보보안 제품의 수출은 지난 99년부터 해외 각지에 합작법인 및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기반을 닦아 온 몇몇 업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상태다. 정보보안 분야의 수출 선봉에 선 업체들은 어울림정보기술, 시큐아이닷컴, 안철수연구소, 하우리, 해커스랩, 인젠, 시큐어소프트, 세넥스테크놀로지, 펜타시큐리티시스템, 넷시큐어테크놀러지, 이글루시큐리티, 코코넛, 퓨쳐시스템, 지텍인터내셔널, 소만사, 리눅스시큐리티 등 보안 솔루션 및 서비스 업체들이다. 이들 업체는 시장 잠재력이 풍부한 중국을 포함해 일본과 동남아시아, 대만, 미국 등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수출을 진행중이다.

보안업체들이 동남아 시장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은 기존 해외 선진업체들이 기득권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 유럽시장에 비해 이제 막 성장단계에 접어든 동남아시아권 시장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일본 정부가 지난해 정보통신망 확충작업에 막대한 예산을 책정하고 다른 나라 보안제품에 대해서도 개방정책을 구사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진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실제로 일본은 자체 보안기술력이 부족한 상태이고 중국은 미국제품 사용을 꺼리고 있어 이들 양대 시장을 중심으로 국내 보안업체들의 공략이 집중되고 있다.

수출 품목은 그동안 정보보안 솔루션의 대명사 역할을 해 온 침입차단시스템(방화벽)을 비롯해 앤티바이러스 제품(백신), 보안 메일 제품, 각종 PC보안 제품 등이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 가고 있는 보안관제 서비스 분야에서도 수출이 진행되고 있다. 개별 정보보안 솔루션들을 시스템에 의해 일관되게 관리할 수 있는 통합관제 솔루션은 물론 보안 컨설팅 서비스, 보안 관제 서비스 등 사업모델 자체를 이식해 주는 플랜트 수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함께 앞으로는 전세계적으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침입탐지시스템(IDS)과 공개키기반구조(PKI) 솔루션 등도 수출 유망품목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IDS의 경우 최근 외산 제품 못지 않은 성능을 가진 제품이 잇따라 쏟아져 나오는가 하면 패킷 탐지율과 성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는 하드웨어(HW)기반 제품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 수출의 장래를 밝게 해 주고 있다. 또한 PKI 솔루션도 세계 시장에서 통용되는 표준화가 이뤄지면 유망 수출 품목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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