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판에 글로 새겨져 750년이 지난 지금까지 경남 합천 해인사에 온전히 보존돼 있는 팔만대장경이 「디지털 팔만대장경」으로 다시 태어났다.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려 팔만대장경의 한자 5200만자를 CD롬에 담는 전산화작업이 지난해 말 마쳐진 것.
1993년부터 7년여 동안 16만쪽에 이르는 1514종의 대장경 전산화라는 불사를 하루하루 지휘해 온 사람이 있다. 고려대장경연구소(http : //www.sutra.re.kr) 소장 종림(宗林) 스님이 바로 그 주인공.
『기술의 힘을 빌려 대장경을 영구 보존함과 동시에 목판과 책으로만 있는 대장경을 컴퓨터로 불러내 누구나 볼 수 있게 인터넷상에서 전세계 불교인들이 읽을 수 있도록 전산화작업을 했습니다.』
종림 스님은 산사에 깊이 파묻힌 팔만대장경을 전산화해 중생에게 되돌려 줘야겠다는 마음으로 뛰어들었는데 막상 해보니 괜히 했다 싶을 정도로 엄청난 일이었다고 감회를 피력했다.
종림 스님이 처음 컴퓨터에 관심을 가진 것은 80년대 초 애플Ⅱ를 사용하면서다. 당시에 주위에서 「컴퓨터를 만지는 스님」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러다 스님은 91년 일본으로 건너가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불경 전산화 현황을 보게 된다.
그뒤 스님은 93년 고려대장경연구소를 발족하고 대장정에 들어갔다. 그러나 막막했다.
『팔만대장경의 원전을 그대로 넣다 보니 너무 많은 문제들이 돌출했습니다. 워낙 방대한 분량이어서 단순 교정작업에만 수십명이 몇년 동안 매달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폰트나 교열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몇 년에 걸친 작업을 마쳤으니 좀 쉴 듯한데도 종림 스님은 요즘도 종횡무진하고 있다. 종림 스님이 지금 정성을 쏟고 있는 일은 고려대장경과 한글대장경을 함께 검색할 수 있는 통합대장경을 완성하는 일이다.
『통합대장경이 완성되면 중국어·일본어·범어·티베트어 등으로 된 전 세계의 불교경전들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것이 가능하게 됩니다.』
서울 한남동 한 허름한 건물의 지하사무실에서 20∼30대 젊은이들과 함께 작업에 몰두하는 「디지털 스님」이 앞으로 내놓을 「사이버 대작불사」의 결과가 자못 궁금해진다.
<글=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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