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의 벽을 넘어 2050>지민제 부사장 &박신규 사장

원초적 의사소통 수단인 목소리가 언어·음악의 영역을 넘어 첨단 정보기술(IT)과 만나면서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음성정보처리산업은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을 비롯한 유무선인터넷·포스트PC·보안 등 첨단 IT 분야와 접목돼 5년 내 74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시장 규모가 예상되면서 국내 관련업계의 기술개발 및 시장개척 움직임이 활발하다.

고객관계관리(CRM) 전문업체인 엠피씨에서 CRM과 음성기술의 결합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총괄하고 있는 지민제 부사장(45). 올해 4월 보이스 포털을 지향하며 각종 콘텐츠의 음성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는 보이시안닷컴의 박신규 사장(29). 세대는 다르지만 이들 두 사람은 바로 음성정보기술에 관한 열정이 남다르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 부사장은 인문학을 전공하다 「음운학」 등 소리의 물리적 성질에 관심을 가져 음향·음성학이 발달한 스웨덴에서 학위를 받고 연구원 생활을 해온 음성학 분야 전문가다. 그는 『음성학은 언어학 중에서도 공학적 요소가 많은 부분』이라며 『첨단 IT와 음성의 효과적 접목을 위해 이 분야의 교량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와 달리 박 사장은 음성 분야와 다소 무관해 보이는 경제학도 출신이다. 하지만 그에게서도 음성은 떼어놓을 수 없는 분야다. 그는 대학 재학 시절 재즈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 관련잡지에 기고하는 칼럼니스트이자 재즈 콘서트를 기획하기도 한 재즈 기획자였으며 요즘도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재즈 전문가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발상의 전환, 모험정신 등을 특징으로 한 벤처정신과 재즈에 내재된 정신에는 「자유」라는 서로 닮은 부분이 있다』는 박 사장은 『벤처 경영에 나선 것도 모든 일을 새롭게 기획할 수 있고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 부사장도 지난 95년부터 올해까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재직시 창업한 음성 데이터베이스(DB) 전문업체를 이끈 벤처 최고경영책임자(CEO)였다. 기본적 지식 기반과 엔진 개발 등 연구개발력만으로는 경영에 한계가 있고 시장진출을 위해서는 기업경영을 위한 다양한 인프라와 네트워크·마케팅 등이 중요하다고 판단, 자리를 옮긴 것이다.

두 사람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최근 음성 관련업계에 대한 얘기로 이어졌다. 박 사장이 먼저 『사업을 추진하면서 아직은 신규기술인 음성인식 관련서비스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과 인프라가 부족한 것 같다』고 토로하자 지 부사장은 『향후 기술개발 및 마케팅 방향은 소비자 타깃에 따른 차별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 부사장은 특히 『우리나라의 문화 및 생활 현실에 알맞는 대화체 방식의 솔루션 공급이 매우 중요하다』며 『엔진 개발은 공학적 어프로치로, 마케팅은 사회·문화적 요소가 가미돼야 진정한 고객지향적 제품과 서비스가 구현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해외 업계처럼 엔진 등 관련기술이 개발되면 각종 응용서비스업체들이 분업화돼 결합,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내놓지 못해 기술이 사장되는 사례가 많다』고 국내 현실을 지적했다.

최근 정부 부처별로 추진, 결성된 음성산업 관련협회들의 불협화음에 대해 묻자 지 부사장은 『우선 음성인식 관련산업에 대해 정부 부처가 하나의 산업군으로 인정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관련 정부 부처들이 서로의 영역과 노력을 상호인정하고 산업연관성이라는 대승적 관점에서 협력해 관련업계에 시너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 사장은 『아직은 업계도 다소 혼란스러운 느낌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기술과 경쟁력을 가진 업체들에 대한 실질 지원과 산업활성화를 위해 정부·업계·학계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낯선 기성세대와 삶의 일부가 된 n세대, 그리고 벤처붐. 최근 사회적인 변화에 대해 지 부사장은 『젊은 벤처인들의 양산은 바람직하지만 때로는 역량을 집결해야 할 분야에 이들 인력이 흩어져 있어 대외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기성세대와의 인식 공유를 통해 그들의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충분히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도 『뜻맞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장점』이라면서도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진전시키면서 신·구세대간의 창의성·노하우·네트워크의 공유 과정이 절실함을 느낀다』고 공감했다.

아울러 지 부사장은 『기업경영은 「미래가치」와 함께 「안전성」과 「수익성」이 동반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며 『음성 관련산업도 그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스스로 시장을 예단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 사장도 이에 공감하면서 『실제로 음성 솔루션 적용이 절실한 부문을 찾는 것이 우리의 숙제』라고 말을 받았다.

급속한 정보통신 환경 변화로 「멀티미디어」가 화두가 되고 있는 광통신시대. 두 사람은 전세계를 자유롭게 흐르는 「음성의 바다」를 향해 「연구개발」과 「고객지향서비스」라는 각자의 항로 개척에 매진할 것을 약속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지민제 부사장(45)>

△80년 한국외국어대 스웨덴어과 졸업

△82∼89년 스웨덴 위메오대학 음성학과 박사, 연구원

△89∼98년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신호처리연구실 연구원

△95∼2000년 세종 Speech Tech 대표

△99년 정통부 정보통신연구진흥원 과제 평가위원

△2000년 5월∼현재 MPC 부사장

<박신규 사장(29)>

△72년 서울 출생

△91년 영동고등학교 졸업

△98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99∼2000년 interloop 대표

△2000년 9월∼현재 보이시안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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