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화장실 낙서는 학생들의 시대적 사고를 엿볼 수 있는 공간 중 하나다.
386세대에게 대학 화장실 낙서는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젊음을 쏟아내는 공간이었다.
화장실 낙서를 통해 민주화를 위한 바람 등 현실을 날카롭게 설파하던 386세대에 비해 신세대가 주류를 이루는 2001년 대학 화장실은 각종 욕설과 성적인 농담이 넘쳐나는 공간으로 퇴색했다.
과연 상아탑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천박한 내용 일색이다.
사립 S대의 경우 중앙도서관이나 각 단과대에 위치한 거의 모든 화장실 벽면이 낙서로 가득하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성적 농담과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욕설을 제외하면 다른 내용은 찾기 어렵다.
간혹 사회비판적 내용이나 철학과 시사에 관한 이야기도 있지만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여자 화장실도 예외가 아니다.
이처럼 저급한 화장실 문화는 특정 대학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어느 학교나 대동소이한 상태다.
욕설과 성적 농담이 가득한 화장실에서 시선을 둘 곳은 지저분한 바닥밖에 없다.
입학이나 졸업 시즌에 학교를 찾은 학부모를 비롯해 외부 인사들이 한번쯤 이용하게 될 화장실에서 저급한 내용의 낙서를 본다면 학교의 이미지 실추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학교측에도 문제가 있다.
대부분 대학이 새학기를 앞두고 많은 돈을 들여 학교 꾸미기에 한창이다.
학교 재정의 많은 부분이 학교를 가꾸는 데 소요되지만 여전히 방치되는 곳이 바로 대학 화장실이다.
웅장한 건물을 짓는 것보다 대학생들은 생활과 밀접한 부분에서 학교측의 조그만한 관심과 성의를 기대한다.
또 대학생들은 남의 표현과 생각을 존중하는 것 못지않게 거부할 자유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독특한 자신들만의 문화 창출을 위해 고민할 때다.
<명예기자=장선직·중앙대 bulpaes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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