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컨벤션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정기총회장. 대부분의 단체들이 정기총회를 회장단 중심의 일상적인 통과의례로 삼는 것과 달리 이날 열린 산기협 정기총회는 당초 행사 관계자들의 예상을 훨씬 초과하는 500여개 회원사들이 참석, 최근의 폭발적인 연구소 설립 열기를 반영하듯 시종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 날 총회에서는 대기업 부설연구소 관계자부터 연구소 형태의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젊은 벤처기업 사장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의 연구개발에 따른 정부와 협회에 대한 많은 요구사항들이 쏟아졌다.
이들의 목소리는 정부건 협회건 「벤처기업 지원」이 구두선에 그칠 것이 아니라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실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국내 기업부설연구소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의 애로사항을 들어주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협회내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날 자발적으로 모인 기업부설연구소 관계자들의 목소리는 그동안 대기업에 의해 묻혀져온 과거와는 달리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그러나 국내 민간기업들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사실상 민간연구개발의 중심역할을 해야 할 산기협은 심한 내홍을 앓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내부제보로 시작된 과학기술부의 국고보조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계속돼 온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후유증이다.
산기협 회장단은 그동안 쉬쉬해 온 이 문제를 정기총회를 앞두고 마무리한다는 차원에서 감사원 감사 결과와 관계없이 협회 살림을 맡아온 전무이사의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 당연히 문제가 있다면 당사자들은 책임을 통감하고 때론 용단을 내려야 한다.
문제는 후임인사다. 당연히 내부적으로 모두가 인정받고 이 날 정기총회에서 제기된 회원사들의 요구를 적극 실천해 낼 수 있는 인물이 선임되는 게 순리다. 임원인사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는 것을 감안해도 후임인사에 대한 내부평가는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잡음이 없고 시너지효과도 크다.
그러나 산기협이 후임으로 정한 인사는 회원사들의 뜻이나 협회 종사자들의 일반적인 정서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내부적으로 컨센서스가 모아진 인물이 총회 전날까지도 내정됐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회장단의 의사와 관계없이 외부 압력으로 하룻밤 사이에 뒤바뀌었다면 당사자는 물론 협회 종사자도 서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동안 잠잠했던 과학기술계의 파벌조장이 재현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경제과학부·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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