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수출, 미국과 아시아에서 이중고

최근 우리나라의 급속한 수출증가율 둔화세는 미국의 경기침체에 따른 정보기술(IT) 상품의 수출부진과 아시아지역 IT시장 냉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수출불안의 원인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IMF 관리체제 이후 우리 경제성장은 IT분야의 수출이 이끌었으나 작년 4·4분기부터 시작된 미국의 경기하락과 여기서 파생된 아시아시장 경색이 국내 IT상품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LG경제연은 이러한 직간접적인 미국경기의 연관성은 이미 수출실적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며 지난해 10월 이후 급속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과 아시아지역의 직접적인 수출감소는 특히 반도체 및 컴퓨터부품의 수출부진에 그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아시아에 대한 반도체, 컴퓨터 및 관련부품의 수출신장률은 지난해 1∼9월 58.8%로 고성장했으나 11월 들어 각각 24.2%, 15.2%로 급속한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 지난해 1∼9월 26.0%에 이르렀던 국내 수출증가율도 11월 들어 5.8%로 둔화됐고 같은 기간 반도체, 컴퓨터의 점유율도 6.9%, 7.5%에서 3.5%, 마이너스 1.0%로 낮아졌다.

보고서는 국내 IT상품 수출의 80%가 미국과 아시아지역에 집중돼 있다며 이들 지역의 경기하락이 있을 경우 우리 경제는 그 충격을 감당할 만한 수출선이 없는 기형적인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은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미국시장에 대한 IT분야 수출의존도는 캐나다·멕시코 등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시장에 대한 수출비중도 높은 국내 IT기업들은 미국시장이 불안할 경우 미국은 물론 아시아지역의 수출도 악화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IT상품에 대한 미국과 아시아시장의 수출의존도를 줄이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선결과제라고 지적했다.

LG경제연 김경연 연구위원은 『유럽지역의 국내 IT수출 비중은 전체의 12%에 불과하다』면서 『미국의 수출비중을 낮추고 올해 3%의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이 전망되고 있는 유럽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다양한 IT제품을 개발·보급하는 이른바 「IT 다변화 전략」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노트북, MP3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등 특화된 IT상품과 그에 따른 반도체 및 관련 부품의 판로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관진기자 bbory5@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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