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 기업간(B2B) 시장이 온·오프라인 업체간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으로 복마전 양상을 띠고 있다.
현재 B2B 석유 전자상거래 시장은 오일펙스·예스오일 등 온라인 기반 e마켓플레이스 업체와 SK(주)·LG칼텍스·현대정유 등 대형 정유사 위주의 오프라인 업체간 대결구도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이들 3개 대형 정유사가 국내 석유물동량의 90% 가까이를 과점하고 있는 우리 석유시장의 기형적 구조에 기인한다.
◇석유 e마켓의 고민=현재와 같은 시장구조하에서 안정적 공급망 확보가 불가능한 석유 e마켓 업체들은 S-오일과 같은 중소정유사나 수입정유사를 자사 공급업체로 확보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 S-오일은 물론 타이거오일·(주)쌍용·동특 등 수입정유사들은 온라인 업체들에 이렇다할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수입정유사의 한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시장 참여라는 대세는 인정하지만 시장역학관계상 대형 정유사의 눈치를 안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 업체는 국내 석유 전자상거래 시장에 소위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겠다는 의도도 숨어있는 것으로 관련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정유사의 무리수=석유 e마켓들이 활발한 자생노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기존 정유업계 역시 지난달말 3사 공동 석유 e마켓 조인트벤처인 「오일체인닷컴」(가칭) 설립에 합의하고 현재 각 사에서 파견된 10여명의 인원이 모여 관련작업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최근 대한송유관공사 경영권을 둘러싼 3사간 마찰 등 업체별 주도권 확보를 위한 내분으로 현재 이렇다할 사업추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내달중 합작법인 공식설립 등의 계획이 상당기간 지체될 것으로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개입 움직임=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국가 주요 기간산업인 석유시장의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온·오프라인 업체 공동의 단일 컨소시엄 구성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산자부 이희범 자원정책실장은 지난 7, 8일 양일에 걸쳐 오일펙스 박상철 사장과 오일체인닷컴 실무자 및 3개 대형 정유사 임원진을 불러 간담회를 가졌다. 이희범 실장은 『현재 온·오프라인 업체들로부터 입장을 수렴중』이라며 『각자의 의견을 종합해 본 뒤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정부차원의 정책대안을 도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정부의 단일 컨소시엄 권고에 대해 정유사는 물론 석유 e마켓업계 역시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스오일의 양만희 사장은 『오일체인닷컴의 표류에 따라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맞대응이 무의미해졌다』며 최근 독자노선 선회 의사를 밝혔다. 오일펙스의 박상철 사장 역시 『중소 석유 e마켓이나 수입정유사 등과의 컨소시엄 구성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나 산자부 B2B시범사업에 무리한 참여는 피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이복재 선임연구원은 『현재와 같이 온·오프라인 업체들이 각각 독자노선을 걷는 것은 당사자들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며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는 석유산업의 특성과 중요도를 고려, 정부차원의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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