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벤처기업(596)

정경유착<32>

『시중을 들러 온 것이 아니고, 식사하시는 데 도와드리려고 왔어요.』

한 여자가 그렇게 말하면서 허리를 꼬았다. 그녀는 웃을 때 눈 가장자리에 주름이 잔뜩 생겼다. 삼십대 후반으로 보였다.

『시중은 뭐고 식사를 돕는 것은 뭐야. 식사를 돕는다고. 내가 너무 늙어서 밥을 먹여주려는 모양인가. 아직 내 스스로 숟가락질 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게.』

『아이, 참 어르신, 그게 아니에요.』

여자는 응석을 부리듯이 몸을 흔들면서 김성길 옆으로 쓰러진다. 김성길은 큰소리로 웃으면서 여자의 응석을 재미있어 하였다.

『나보고 사람들은 정가에서 완전히 은퇴하지 왜 자주 당사에 나오느냐고 하지만, 세상이 나를 은퇴하게 만들지 않고 있어. 나보고 고향의 대학교 총장이나 지내면서 학문이나 연구하라고 하지만, 내가 평생 바친 것이 정치인데, 후배들을 위해 정치를 가르치는 것도 총장 일 못지 않은 것이라 생각하네. 자네도 나에게 배우게. 적어도 시행착오는 하지 않도록 내가 실수한 것을 가르쳐 주지.』

『고맙습니다. 저는 아무 것도 모르니 지도해 주십시오. 선배님.』

김성길은 나에게는 동향이면서 고등학교 선배였다. 그래서 사적인 자리에서는 그를 항상 선배라고 불렀고, 그 역시 그런 칭호를 좋아했다. 다른 음식이 나왔는데, 한식 요리상에 곰탕이 곁들인 것이었다. 갖가지 음식이 상위에 즐비하게 놓여 있었고, 투가리에는 김이 올라오는 허연 뜬물 같은 곰탕이 올라왔다. 밥은 누런 잡곡이었다.

『윤 사장은 반드시 한우의 뼈를 달여서 내오지. 외국산 젖소가 아니야. 잡곡밥도 건강식이야. 이 집주인 윤 사장은 나를 만날 때면 건강해서 다음에 통일이 되어 통일공화국 대통령 선거가 있으면 반드시 출마하라고 하더군. 자기가 찍어주겠다고. 내가 통일공화국 대통령에 출마하면 한 표는 확실하게 얻어놓은 셈이지.』

그는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농담인지 아니면 정말 마음 속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통일은 아직도 요원했다. 팔순이 된 김성길이 생존해 있을 때 되는 것은 둘째치고 사십대 중반인 내가 생존해 있을 동안 될지도 의문이었다. 그는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자 식사하세. 자네도 건강하게 오래 살아서 적어도 통일공화국의 대선에 한번 도전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은가. 나는 불가능해도 자네 같으면 가능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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