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영상 상용화 난항

「해상도 6.6m급 이상의 군사 및 주요 보안시설이 노출된 위성영상은 공개 불가.」

최근 국가정보원이 해상도 6.6m급 이상의 고화질 위성영상에 대한 실질적인 공개를 금지하는 내부 보안지침을 수립함에 따라 국내 지리정보시스템(GIS) 산업 발전의 필수 요건으로 인식돼온 고해상도 위상영상의 상용화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이에 따라 GIS 실무를 맡고 있는 정부 부처 및 위성영상 업체들은 『국가정보원이 전혀 실효성 없는 이유를 가지고 민간업체의 지리정보 데이터 공개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초법적인 행위』라고 주장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위성영상 제작업체들은 이번 사태를 그동한 수백 억원 이상을 투자해 준비해온 위성영상 사업을 송두리째 포기해야 하는 최악의 위기상황으로 판단하고 만약 국정원이 내부 보안규정을 강행할 경우 실력 행사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국정원 보안규정 〓 최근 국가정보원은 「국가 보안」을 명분으로 해상도 6.6m급 이상, 550개 군사 및 주요 보안시설이 포함된 위성영상을 국가기관에 공급할 경우 보안지역을 삭제한다는 내용을 GIS 보안규정에 새로 추가했다.

이에 대해 위성영상 업체들은 현재 주력하고 있는 1m급 위성영상의 경우 500개 이상의 보안지역을 삭제하면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또 1000 대 1 수치지도는 공개하면서도 5000 대 1 수준에 불과한 1m급 위성영상의 공급을 제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GIS 전문가들도 『이미 정밀 좌표계를 담은 인공위성 사진이 전세계 시장에 나와 있는 마당에 보안을 문제로 고해상도 위성영상 데이터를 국내에서만 공개하지 않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GIS업계 파장 〓 국정원이 새로 마련한 보안규정은 가장 먼저 위성영상 제작 및 공급업체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위성영상의 최대 수요처인 정부기관에 위성영상을 판매할 수 없게 됨으로써 사업 추진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성영상의 공개 문제는 단순 업계 차원이 아니라 국가 전체 GIS 산업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에서 위성영상 상용화가 계속 연기될수록 전체 국가지리정보 체계의 선진화도 그만큼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국토연구원 한 관계자도 『이미 지도의 개념이 위성영상 자료를 기반으로 벡터(vector)와 래스터(raster) 형태를 결합한 데이터로 변화하고 있다』고 전제하며 『따라서 고정밀 위성영상을 하루빨리 완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향후 전망 〓 현재 시행중인 「국가지리정보체계의 구축 및 활용 등에 관한 법률시행령」에는 정부와 해당기관이 국가 사업으로 확보한 지리정보 보급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더욱이 정부규제개혁위원회도 최근 명확한 법령상의 근거 없이 일반 공개가 제한돼 왔던 지리정보 데이터를 빠른 시일 내에 실질적인 공개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방침을 수립했다.

따라서 현재 GIS 실무를 맡고 있는 관련 정부부처는 물론이고 위성영상 업체들은 이번 국정원의 보안 규정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공동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공개 대상의 확대 및 좌표계 삭제 등의 수정안을 마련해 먼저 국정원측과 추가 협의를 벌이고 그 결과에 따라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에 조정 신청을 내는 방안까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관련업계 및 정부부처 내에서도 이번 사태의 실질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건설교통부 국가지리정보시스템(NGIS)팀이 국가정보원과의 협상과정에서 위성영상 공개 문제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향후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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