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외국대사에 듣는다>3회-베트남:느웬 도안 홍(Nguyen Doan Huong)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이하 베트남)은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개방노선을 선택, 자본주의 경제제도를 활발히 도입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국가경제의 근대화·산업화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호주·일본·유럽 등 외국으로부터의 투자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한국과 정보통신분야 교류 및 협력이 가장 왕성하게 진행되는 나라 중 하나다. 90년대 들어 마이리엠 쭉 베트남 우정총국 장관이 두 차례나 방한, 한국 정부와 양국 협력방안을 논의한 바 있으며 한국 정부도 베트남에 정보통신 및 생명공학 분야 등 첨단기술 이전을 위한 기술협력단을 파견하는 등 협력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용역 계약을 맺고 올 초부터 약 30억원의 예산을 들여 기술이전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올해 말까지 정보통신공학을 비롯, 레이저공학·생명공학·신소재공학·산업재산권 등 8개 첨단산업분야에서 KIST의 전문가 47명이 베트남에 파견돼 직접 기술을 전수하고 베트남측 과학기술 관련 학자 80명이 한국에 초청돼 기술교육을 받게 된다.

한·베트남 정부는 양국 정보과학기술 관련기관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비코네트(VIKONET)사업도 의욕적으로 추진중이다. 한국의 KIST와 베트남의 과학기술 관련 기관 사이에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한국에서 직접 베트남의 첨단기술을 지도관리할 수 있게 돼 양국간 기술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국 민간기업도 베트남이 가진 잠재성을 높이 인식하고 앞다퉈 IT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10월에는 SK텔레콤·LG전자·동아일렉콤이 공동으로 설립한 SLD텔레콤이 베트남 제2이동전화사업자인 SPT(Saigon Post & Telecommunication Services Corp)와 경영협력 계약을 체결,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서비스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느웬 도안 홍(Nguyen Doan Huong) 주한 베트남 대사를 만나 한·베트남 IT 협력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들었다.

-베트남 정부가 IT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황을 소개해주십시오.

▲IT산업은 베트남 경제의 신산업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산업입니다. 베트남 정부는 무엇보다 IT산업을 서둘러 도입하는 것이 경제발전을 위해 급선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이 IT산업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은 한국과는 배경이 약간 다릅니다. 현재 베트남 경제의 두가지 화두는 근대화와 산업화입니다. 베트남 정부는 경제를 하루 빨리 근대화하고 산업화하기 위해 가치집약적인 산업에 집중 투자하자는 기본방침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IT산업을 베트남 경제를 이끌어갈 전략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IT산업의 부흥을 위해 자국의 노력뿐 아니라 한국·호주·일본 등 외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데 많은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외국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그들에게 베트남시장을 소개하고 우리는 선진기술 및 해외자본을 끌어오려는 것입니다. 베트남은 해외자본과 자국역량을 결합함으로써 IT를 근간으로 한 신경제 창조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뿐 아니라 한국 기업들도 베트남 IT산업에 많은 투자를 해 왔습니다. 특히 통신관련 기업의 참여가 활발한데 베트남시장에 대해 한국 기업이 갖는 매력이라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한국 기업과 베트남 기업간 협력은 외교관계가 수립되기 이전인 90년대 초반부터 이미 시작됐습니다. 당시 베트남 BMPT와 한국통신간 협력은 한·베트남 협력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산 장비 및 기계, 시설 등을 도입했고 많은 베트남 연구기술진이 LG전자·한국통신·SK텔레콤 등에서 전문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마이리엠 쭉 우정총국 장관은 한국을 두 차례 방문했으며 양국은 보다 긴밀한 상호 협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해외 통신기업에 있어서 통신인프라를 구축중인 베트남은 아시아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잠재적인 시장입니다. 통신서비스시장 역시 94년 이래로 독점체제를 풀고 모든 사업자에 개방돼 있습니다. 결국 베트남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시장성이고 이 때문에 한국 기업이나 기술관료들이 베트남과의 협력방안을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베트남의 IT산업 협력을 위해 양국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어떤 것입니까.

▲한국에 와서 보니 한국은 IT산업에 굉장히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불과 십수년 전만 해도 반도체·건설 등 재래산업에 주력했지만 김대중 대통령 취임 후 IT산업은 지식기반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부문이 됐습니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더 나아가 아시아 전체에서 세계화 및 경쟁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역시 한국만큼 IT산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고급인력 부족 등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IT산업에 노력을 기울이는 길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경제여건을 발전시키고 교육에 힘을 쏟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아셈(ASEM)때 베트남 부총리가 방한했을 당시 베트남 정부는 한국 정부에 한국 IT산업 발전과정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독일·미국·일본으로부터 배울 수도 있지만 한국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술이전이나 기술관료 양성에 한국이 가장 협력적이고 이점이 있다고 생각해서 한국을 파트너로 선택한 것입니다.

-베트남에서 한국 기업에 의해 CDMA방식 이동통신서비스가 도입됐는데 발전전망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한국은 미국이 원천기술을 가진 CDMA를 도입해 사용함으로써 GSM에 비해 전송속도를 높이고 효율을 얻었다고 판단합니다. 지난 10월 LG전자·SK텔레콤·동아일렉콤이 만든 합작회사인 SLD가 베트남 제2 이동전화사업자인 SPT와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해 올해부터 베트남에서 CDMA서비스가 통신방식의 하나로 보급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베트남에서는 GSM방식과 Vinaphol방식의 사업자가 서비스를 제공해 왔지만 앞으로는 GSM과 CDMA, Vinaphol 방식을 다같이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세가지 방식이 서로 경쟁하면서 서비스 질이 향상되고 가격은 저렴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SLD는 호치민시뿐 아니라 향후 베트남 전역으로 CDMA서비스 권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이며 베트남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이 매년 자국의 IT산업에 들이는 비용은 얼마이고 IT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베트남 IT산업은 연간 평균 2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잠재력, 즉 아직 발전된 부분보다 발전해 나갈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베트남은 총 7800만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싱가포르·대만·홍콩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수준은 낮지만 통신·인터넷 인프라가 비교적 잘 보급돼 있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IT산업을 전략적으로 비중있게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IT산업과 IT문화에 대해 평가를 내리신다면.

▲한국의 지인들은 모두 한국의 IT산업이 매우 경쟁력 있고 유망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 한국의 IT산업이 경쟁력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97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 경제가 구조를 진보된 지식기반구조로 바꾸고 그 과정에서 IT산업을 집중 육성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불과 2년 만에 한국 경제구조를 바꾼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물론 보수적인 사고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고 노사대립·해고 등 아픔을 겪고 있지만 이 과정 없이 진정한 변화는 어렵다고 믿습니다.

특히 한국의 벤처에 대해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제가 만난 벤처인들은 대개가 용감했습니다. 그들은 파트너와 협력하거나 협상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재벌의 시대는 이제 갔습니다. 이제 한국 경제는 중소기업과 벤처의 무대입니다. 속도·지식기반 산업구조에서 벤처의 위상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벤처들이 국내·해외 파트너와 협력하는 길을 찾는 데 용감하고 지식을 추구하는 자세를 유지한다면 그들의 미래는 아주 밝으리라고 봅니다.

★약력

△1948년 출생 △외무부 소련·동유럽 담당관(76년) △주루마니아 베트남대사관 근무(82년) △주루마니아 베트남 대사(87∼90년) △외무부 근무(90∼97년) △주한 베트남 대사(97년 2월∼현재)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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