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엽 정보통신부 장관은 출입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동기식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또 강조해 달라』고 당부한다. 그는 지난 1년여 동안 비동기의 우월성을 펼치고 상대적으로 동기식사업 기반은 불투명한 것으로 보도한 언론의 논조에 안타까움을 표시해왔다. 심지어 『동기가 후진기술이라는 왜곡된 인식이 퍼졌다』고 직접적인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정보통신정책을 책임지는 정통부 장관의 이 같은 말을 반대로 해석한다면 정부의 고위 정책진은 예전에도, 지금도 『동기식사업성은 충분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실국장들 역시 『동기식은 반드시 해야 하고 시장에서 성공할 확률도 비동기에 비해 높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동기 필패론」이 확산된 것은 동기 진영과 비동기 진영간에 치열하게 전개된 홍보전, 논리싸움에서 동기 쪽이 완패한 결과로 볼 수 있다. SK텔레콤·한국통신·LG 등 사업자들이 주도한 홍보 논리가 먹혀들었고 정부를 비롯한 동기 진영은 이를 제압할 만한 수단과 적극적 홍보에 미흡했던 것이 주요인이다.
문제는 아직도 정부는 동기의 우월성을 강조할 뿐 구체적인 근거를 밝히는 데는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사업자에게 미래의 시장분석 자료를 제시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주판을 튕겨야 할 업체들과 이를 객관적으로 분석보도해야 할 언론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기식을 강조하는 정부나 학계·일부 업체들을 중심으로 『나름대로의 시장성은 있다』는 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좀더 정확하게는 「동기가 비동기에 비해 절대로 불리하지 않고 유리한 조건도 많다」는 것이다.
안 장관은 이렇게 표현한다. 『여러 가지를 검토한 결과 특히 비동기 진영은 공동망을, 동기는 단독망을 구축한다 하더라도 총투자비 차이는 3000억원 수준』이라며 『이 정도는 동기의 기득권만으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고 또 동기식은 망을 단계적으로 구축할 수 있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즉 동기식사업자는 현 2세대에서 자연스럽게 3세대로 옮겨갈 수 있어 투자비는 물론 마케팅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주파수 효율 역시 동기식이 한층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가 동기를 지원하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비동기 견제에 나선 것도 동기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부는 비동기사업자들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철저히 이행하는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예컨데 2∼3세대 로밍을 의무화하고 이를 실행하는지 지켜본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2세대는 동기를 사용하고 있어 비동기사업자가 세대간 로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지국과 단말기에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동기와 비동기는 물론 서로 다른 주파수대역을 완전히 커버하려면 듀얼밴드·듀얼모드 단말기가 필요한데 여기에는 만만치 않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게다가 이런 요인들이 겹치면 단말기 가격은 상승할 것이다. 1차 경쟁요소인 가격이 동기에 비해 뒤질 가능성이 크다.
예상되는 서비스의 기초기술 확보 역시 동기가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시스템
·단말기·망 운영 등 모든 면에서 초보 수준인 비동기와는 달리 동기는 한국 업체들의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과시, 단기적으로는 통화품질에서부터 시스템 운영까지 한발 앞서갈 수 있다는 희망이다.
동기의 최대 약점으로 지목되는 국제로밍의 경우 한국과 가장 접촉이 많은 미국과 일본·중국에 이르기까지 동기 벨트가 형성돼 별 문제가 없고 심 카드 등을 활용한다면 동기 지역까지 로밍에 하자가 없다는 점도 동기시장에 힘을 더해준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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