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을 다지는 듯하던 반도체 현물가격이 다시 하락하면서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 현물가격은 연초부터 안정세를 나타내며 추가 하락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달 들면서 64MD램과 128MD램이 각각 2달러50센트, 5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추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반기 이후 업황 개선을 기대하며 주가 강세를 나타내던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주가도 현물가격의 약세에 따라 5일 각각 20만1500원과 4930원으로 마감, 삼성전자는 20만원대에 턱걸이했고 현대전자는 다시 액면가 밑으로 추락했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현물가격의 회복이나 재고감소 등 뚜렷한 영업환경의 개선없이 기대감과 유동성 장세에 편승해 오름세를 탔던 반도체주들이 약세국면으로 돌아선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메릴린치의 댄 헤일러 애널리스트는 『최근 반도체주의 주가 강세는 자금 유입에 따른 유동성 장세에 의한 것』으로 진단하고 『실적과 실물경기쪽에 관심이 높아질수록 반도체주들이 조정을 받을 가능성은 크다』고 밝혔다.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도 5일 반도체 업종에서 아직은 개선사항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스와 대만 윈보드의 재고물량이 각각 9∼10주분과 4주분을 기록, 평상시보다 재고량이 2주분씩 늘어나는 등 반도체의 영업환경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CSFB는 또 향후 D램의 수급균형은 3·4분기는 돼야 기대할 수 있으며 이도 2·4분기에 PC시장이 회복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나타난 반도체 현물가격 약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장기 관점에서는 반도체 경기회복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또 장기투자자들은 현 시점이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대우증권 정창원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현물가격의 약세는 어차피 상반기까지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현물가의 하락폭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어서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주가는 단기적으로 증시상황에 따라 박스권 등락을 거듭하다가 하반기 이후 현물가격 상승을 신호로 본격적 상승세를 나타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가상승과 현물가격의 약세로 반도체주의 단기적인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메릴린치증권도 12개월 이후를 고려한 투자자들은 반도체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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