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외국대사에 듣는다>2회-호주:토니 힐리(Tony Hely)

◆생명과 녹색의 대륙으로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천연공간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이하 호주)가 정보기술(IT)혁명을 위해 꿈틀거리고 있다.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는 세계인에게 그 가능성의 일단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1년 올해는 호주연방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꼭 100년을 맞는, 연방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를 맞아 호주정부는 「스마트 오스트레일리아(Smart Australia):신경제의 호주」라는 기치를 내걸고 통신·문화·예술·안보·교육·환경 등 국가 전반에 걸친 정보화를 21세기 선진국가 도약의 제1대 과제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섬이지만 대륙이라 부를 만큼 넓은 땅덩어리와 바다로 통하면 지구상의 모든 대륙과 빠르게 연결될 수 있는 지리적 장점을 발휘해 글로벌 전자상거래의 거점으로 IT신기술의 전략요충지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이러한 호주정부의 전략적 행보는 인접한 아시아국가는 물론 북남미·유럽 국가들에까지 빠르게 파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벤처산업과 IT기술, 정보화혁명의 아·태지역 진앙지로 꼽히는 한국에 대한 호주정부의 관심은 크고 높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시장창출의 기대감을 안고 있을 뿐 아니라 전략적 IT동반자로서 한-호주 양국의 협력방안 수립이 시급히 요구되는 시점에서 호주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정보화 현황 및 한국 IT산업과의 함수관계를 토니 힐리(Tony Hely) 주한 호주대사로부터 들어본다.◆

-최근 2∼3년간 한국의 IT 및 벤처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현지에서 지켜본 소감을 밝혀주시고 국제적 시각에서 이를 평가해 주십시오.

▲한국의 IT·벤처산업은 가히 혁명이라 할 만큼의 속도와 파급력으로 발전을 거듭해 나가고 있습니다. 국제사회 어느 곳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국가적 동력과 힘이 놀랍기만 합니다. 한국의 IT·벤처산업은 이제 국가경제를 떠받치는 든든한 기초이자 엔진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과는 차원이 다른 신경제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산업체질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발전하고 있습니다.

세계 선진각국이 한국의 이 같은 사례를 예의주시하면서도 따라 배우려는 경향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호주도 그 여러 나라 중의 한 국가에 속합니다. 기술을 흡수하는 힘이 강하다는 면에서 한-호주 양국의 국민성에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특히 한국의 벤처 육성풍토, 정부정책, IT 기술인력 양성 등에서 호주정부가 배워야 할 것이 많습니다. 국가경제를 IT산업 중심으로 재편하고 이를 이끌어갈 경제환경을 마련하는 데서 한국민이 보여준 저력이 호주가 배워야 할 타산지석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한국 IT업계의 호주진출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호주정부의 입장은 어떠한지, 구체적인 지원방도가 있는지요.

▲IT산업은 특성상 국가간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호주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IT기업에 최적의 사업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원활한 업무환경을 만들고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짜내는 것이 호주정부의 일관된 의지입니다.

호주정부는 유망한 외국 IT기업을 보다 많이 유치하기 위해 두가지 정책을 전략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통신을 비롯해 기업 입지조건, 시장상황, 물류·교통 등 국가인프라를 IT친화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IT친화적 환경이 조성된다면 그 안에서 전개되는 IT기업활동은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기업들 사이에 경쟁할 것은 경쟁하되 협력할 것은 충분히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입니다. 정부차원에서 기술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기업들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에 대해서는 국가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 적재적소에 파견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갖추기 위해 뛰고 있습니다.

이같은 정부차원의 지원과 함께 기술·연구개발분야 세금감면을 비롯한 제3국기업과의 파트너십 유도를 통한 외국자본 유치, 벤처캐피털을 통한 직접적 자금지원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만약 한국의 IT기업이 호주를 개발 및 연구, 제품수출 전략지로 꼽았다면 그것은 어떤 식으로든 최상의 선택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호주정부가 한국과 전략적으로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IT분야는 어떤 게 있습니까.

▲호주는 전통적으로 소프트웨어·인프라·시스템통합(SI)·네트워크통합(NI)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지식자원·하드웨어제조·생산기술 등에서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나라가 상호 협력·보완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한-호주 정부 사이에는 산업연구개발에 대한 국가협약이 이미 맺어져 있으며 관련 기술·연구교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깊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신산업인 생명정보공학(bio-infomatics)이나 나노기술에 대해서는 올 상반기안에 양국 관련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국제워크숍을 개최, 협력의 강도를 높일 계획입니다.

또 최근 양국정부간 협력논의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부문이 e커머스쪽입니다. 이 부문에 대해 호주연방산업과학연구원(CSIRO)·CRC 등 국립연구기관을 비롯해 각급 학교·연구소·정부가 공동 참여해 연구과제를 수행중입니다. 이러한 국책과제 수행을 통해 국가전략이 짜여지면 한국정부와의 협력방안도 보다 구체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호주도 IT 중심의 21세기형 선진국가 도약을 힘있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IT관련 산업의 최근 현황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호주는 지난해 성인인터넷 이용자가 전체 성인인구의 43%에 달하면서 노르웨이·미국·아이슬랜드·스웨덴 등과 함께 세계 5대 인터넷강국으로 부상했습니다. 정보통신기술(ICT: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이 호주의 경제구조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국민총생산 중 IT부문에 투자되는 비중은 세계에서 두 번째에 달할 정도로 산업구조에 있어 IT비중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ICT 하드웨어 수출규모도 연간 25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서비스부문의 20억달러를 포함하면 그 크기는 훨씬 커집니다.

인터넷과 e커머스가 호주 지식기반산업 수출에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특히 엔지니어링·교육·생명기술·통신·파이낸셜분야 중소업체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전세계 채광분야 소프트웨어의 60% 이상이 호주기업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는 점이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IT관련 기업들이 매년 0.8% 이상의 생산성 향상을 보이고 있고 지식기반산업이 전체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8%선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현황은 스마트 오스트레일리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더욱 발전적인 모습으로 진화해갈 것으로 믿습니다.

-양국 IT협력이 실무적인 부문에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한국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성격이 비슷한 기구인 오스트레이드(AUSTRADE)가 활발한 활동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이 기구는 호주의 수출과 무역에 관한 일방적인 업무만을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타국과 협력해 공동으로 시장에 나설 수 있는 터전을 닦는 데 중심적인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파트너국과 호주 사이의 윈윈 전략과도 같은 개념이죠. 한국에는 이미 오스트레이드 상주 대표부가 진출해 있습니다.

오스트레이드는 호주내의 IT 첨단기술과 제품을 해외에 널리 소개하고 수출하는 것도 주요업무로 삼고 있지만 그보다 상주국 IT기술과 본국 기술의 시너지 효과 발굴, 양국 공동의 기술·제품 개발을 위한 협력방안 제시 등을 중시합니다. 오스트레이드는 한국의 IT전문가·기술인력·투자전문기관을 호주현지로 초청해 투자설명회나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연례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같은 행사가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예정입니다. 대사관 차원에서도 양국 협력행사에 한국의 우수한 기관·개인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총력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IT부문과 관련해 대사 임기동안 이루고 싶은 포부나 계획이 있다면.

▲시드니올림픽 때 알려진 희망적이고 진취적인 국가이미지에 이어 호주의 발전된 IT기술역량을 전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IT인프라와 엔지니어링·기초과학 역량, 우수한 IT인력 자원을 주재국은 물론 주변국가에 명확히 인식시키는 데 힘을 쏟고자 합니다. 2001년 정부차원에서 추진되는 스마트 오스트레일리아 전략과 함께 IT기반의 스마트경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미력하나마 힘을 보탤 작정입니다.

★약력

△49년 12월 12일 출생

△호주 국립시드니대학교 경제학 전공

△로열멜버른기술원 수료 △호주수출연구원(MAIEX) 정회원

△제네바주재 UN호주대사관 1등 서기관(80년)

△무역부 근무(84년) △주일본 호주대사관 상무관(87년)

△주인도네시아 호주대사관 근무(93년) △경제무역부 특별보좌관(95년)

△주한 호주대사관 대사(98년 4월∼현재)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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