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세계 PC시장이 침체하는 네가지 이유

◆최근 잇달아 터져 나온 애플컴퓨터, 인텔, 컴팩, 휴렛패커드, 게이트웨이, 델컴퓨터 등 컴퓨터 산업계 거인들의 실적 부진으로 PC 수요가 둔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아직 전망이 밝은 부분도 있지만 업계는 이들 주요 업체의 소식이 사업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번 주 월드리포트는 IT 및 e비즈니스에 대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가인포메이션그룹(Giga Information Group http://www.gigaweb.com)」이 PC시장 부진의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한 최신 보고서를 요약, 소개한다.◆

PC시장 침체로 인해 군소 컴퓨터업체는 물론 IBM,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컴퓨터업계의 대표 주자들도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그 원인은 과연 무엇인가. 실적 부진은 우선 시기를 잘못 택해 제품을 출시한 경우와 같은 일시적인 원인이나 사용자들이 기존 플랫폼에 익숙지 않은 것, 대고객 서비스의 결여, 비용 부담에 의한 소비자들의 마이그레이션 기피 등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마이그레이션 비용에 대한 부담은 새로운 PC기술에 대한 투자를 중지하고 다른 대안을 찾아보게 되는 이유라고 기업이나 소비자 모두가 지목하고 있다.

PC시장이 침체하는 원인은 4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높은 마이그레이션 비용 =기업 및 일반 소비자 시장용 PC를 생산하고 있는 대형업체들이 참여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PC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신형으로 교체하는 마이그레이션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러한 마이그레이션 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제조업체들은 새로운 PC 기술의 개발에는 막대한 개발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좀처럼 마이그레이션의 비용 절감이 힘들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휴렛패커드, IBM, 컴팩 등이 이런 소비자의 불만을 해소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서비스들은 홍보 부족으로 아직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다. 또 제조업체가 테스트한 버전의 운용체계와 드라이브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미징의 장점을 제공하고 솔루션의 신뢰도를 향상시킬 수 있을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현재 퓨전원, 로쿠 등과 같은 업체들이 PC 제품간의 일체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트랜지션, 비주얼네트워크는 마이그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익스텐디드시스템스는 이 모든 서비스의 제공에 나서고 있다.

단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PC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한가지 조건이 있다. 그것은 고객들이 마이그레이션 과정이 쉽고 편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고장이 나더라도 기기의 교체만으로 쉽게 다시 사용하고 교체되는 기기의 기술에 대해서 소비자가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다.

◇낮은 신뢰성과 편리성=시장에 나와있는 PC 장비는 신뢰성이 결여돼 있다. 윈도9x 운용체계의 불안정성은 이미 공인됐고 작년 윈도 2000이 나와서야 성능이 다소 안정됐다. 그러나 MS 아웃룩같은 프로그램은 아직도 불안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윈도 2000을 사용해 하드웨어의 신뢰성을 향상시킬 수도 있지만 호환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덥석 윈도 2000을 설치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신뢰성뿐만이 아니다. 편리성 문제 또한 발목을 잡고 있다. 윈도의 인터페이스는 그 편리성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동시에 중요 기능과 정보를 보여주지 않는 모호한 방식 때문에 비난을 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는 윈도 체제에 익숙해 있으면서도 그 안에서 필요한 도구를 찾아서 사용하기 어렵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이런 문제점이 데이터 서비스 무선 전화기같은 새로운 유형의 기기로 그대로 옮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업체들은 새로운 기능을 빨리 제공하는 데에만 급급해 전체 사용 방법이 일관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더욱이 인터넷 어플라이언스, 디지털 전화기, 핸드헬드 컴퓨터를 위한 운영 시스템들이 서로 호환되지 않는데다가 업체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각각 다른 접근 방법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신기술의 확산을 가로막는 높은 장벽을 쌓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궁극적으로 PC 시장은 서비스가 우선되는 접근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고객들이 원하고 있고 알고 있는 인터페이스가 고객들이 사용하고 있는 기기에서 구현될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이 인터페이스는 사용자에게 자동으로 적응하는(즉 사용자가 작업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수준까지 발전하여 구기술을 신기술로 교체할 때 발생하는 어려움을 해결해 줄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내는 업체가 이 시장에서 앞서나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서툰 마케팅=일반 고객들의 대부분이 지적하는 제조업체들의 큰 실수는 기술이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사용자에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데 있다. 제조업체들은 고객들이 PC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나 가전같은 성숙기에 들어선 산업의 경우 마케팅은 제품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 분야의 마케팅 전문가는 다년간의 마케팅 경험을 갖고 있다. 하이테크 산업의 마케팅은 프로그래머나 엔지니어가 맡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가 아니라 PC 제품이 얼마나 좋은 사양을 갖고 있는가를 더 중요시하는 것이 현재의 풍토가 된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또 제조업체들은 광고비와 매출이 긴밀한 관련이 있다고 굳게 믿고 엄청난 돈을 광고비로 허비하고 있다. 파란색 페인트를 뒤집어쓴 배우가 펜티엄Ⅲ 로고를 그리는 광고를 내보내는 인텔을 예로 들어보자. 인텔이 이 광고에 투입한 비용중 일부만 절약해도 트랜지션(Tranxition)사를 매입할 수 있으며 이는 침체해 있는 PC시장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된다.

◇충분히 빠른 현재의 컴퓨터 기술 =현재의 컴퓨터 기술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업체들의 수가 늘고 있다. 기가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과 소비자는 어떤 기술에서 다른 기술로 이전하려면 쉬운 이전 방법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이렇게 이전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새로 나온 컴퓨터가 단지 더 빠르기 때문에 그 컴퓨터를 구입한다는 주장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가 충분히 빠르며, 새로운 기술이라고 해서 신뢰성이 더 높지는 않다는 것이 최근 판명됨에 따라 설득력을 잃고 있다.

하지만 마이그레이션 비용이 들지 않고 새로운 기기가 좀더 설득력이 있고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PC 시장의 방향은 마이그레이션을 실행하는 쪽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물론 진정한 마이그레이션이 발생하도록 하려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상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PC 시장의 경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데스크톱 기술보다는 서비스 쪽이다. 오늘날의 정보는 웹이나 인트라넷에 존재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인 칩의 속도가 아니라 인터넷 서비스업체가 제공하는 대역폭인 것이다.

혹시 PC 시대가 이미 막을 내린 것은 아닐까. 우리는 PC가 TV의 역할을 하면서 5∼8년간 사용되면서 업그레이드도 별로 필요없는 시대에 진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PC 시장의 주소다. 제조업체들이 이런 추세를 역전시킬 수 없는 방법을 고안해 내지 못한다면 장차 톰슨 일렉트릭, 필립스, GE 같은 가전업체들에게 밀려나는 상황이 닥칠지도 모른다.

인텔, MS, IBM, 컴팩, 휴렛패커드, 델, 도시바 같은 주요 컴퓨터 업체들은 서로 협력하여 사용자들이 PC를 더 많이 사용하게 만드는 여러가지 방안을 고안해야 하며 쇠퇴해가는 PC 시장에서 다시 한번 수요를 창출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들이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지 못하거나 위와 같은 노력을 하지 못한다면 향후 PC 시장에서 더 이상의 수입은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정리=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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