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사가 주관하는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서진구 코인텍 사장)」은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동 전경련회관 19층 목련룸에서 「2001년도 정보통신산업 전망」을 주제로 올해 첫 모임을 가졌다. 주제 발표자로는 서진구 코인텍 사장, 김홍선 시큐어소프트 사장, 박기순 LGIBM 전무,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사장이 나서 「2001년 IT시장 전망」 「인터넷 산업 전망」 「컴퓨터 산업 전망」 「정보보호 관련 시장 전망」 등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이어 진행된 자유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정보기술 시장 환경 변화와 국내 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주요 토론내용을 간추렸다.
△정태명(성균관대 컴퓨터공학부 교수)=IT시장에서의 금년도 과제 중 하나는 「수익성있는 사업모델」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기업이 노력한다고 해도 소비자가 돈을 내지 않으면 어떤 사업이든 수익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소프트웨어·서비스 혹은 콘텐츠의 유료화는 이러한 수익성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IT 산업에 있어서 무료화의 폐해가 기업의 도산으로 나타나리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IT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리의 공짜 문화가 변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받은 만큼의 서비스에 대해 돈을 내는 문화가 성숙된다면, 고급 콘텐츠나 서비스를 통해 IT산업의 발전과 함께 좀 더 양질의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김태중(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부장)=정보산업에서 점차 비중이 크게 늘어가는 분야 중 하나로 콘텐츠를 들 수 있다. 지난해 닷컴 몰락의 원인으로 뚜렷한 콘텐츠의 부재가 가장 큰 만큼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시장을 정립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유병배(엘지솔루션마트 부사장)=IT산업은 발전속도가 워낙 빠르고 기술변화가 크기 때문에 선진국의 동향을 파악하고 대응하지 못하면 금방 뒤처지므로 지속적으로 추세를 파악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국내시장은 결국 해외시장의 추세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해외시장에 수출을 할 수 있다면 국내시장에서는 당연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 것이므로 수출 경쟁력을 갖춘 제품개발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유승화(아주대 정보통신대학원 교수)=IMF 이후 한국의 인터넷 산업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벤처기업들 위주로 여러 분야에서 많은 발전을 하고 있지만 한국시장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내 우수한 인터넷 인프라를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발전된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도 한국시장만으로는 국제 경쟁력을 가지지 못한다. 올해부터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특히 전략적 제휴를 통한 세계화를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영일(시스윌 회장)=단기적인 IT 수출 전략을 보면 우선 분야별로 틈새시장을 정확히 파악, 특화 전략을 세워 수출에 임해야 할 것이다. 두번째로 해외 파트너와 협력, 공동 진출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셋째로는 종합적인 정보의 제공, 적기 자료지원 등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제도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일회성 수출을 지양하고 지속적인 AS를 통해 좋은 인상, 신뢰감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종만(휴먼컴 사장)=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진출 유망 국가로는 중국·일본·미국 등이라고 판단된다. 특히 이 중에서도 일본 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으며 일본 진출은 지금이 최적기라는 생각한다. 그리고 일본이 요구하는 품질, AS 등은 현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본다.
솔루션 SW분야의 해외진출의 성과는 오랜 준비와 최소 2∼3년 이상의 꾸준한 현지화를 통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즉 일본에서 새로운 벤처를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신동훈(제이텔 사장)=IA(Internet Appliance)의 경우 수출 전망은 밝은 편이다. 실제 디지털 세트톱 박스는 상당한 수출 실적을 보여 주고 있으며, PDA 분야도 현재의 수출 규모는 미약하나 수출 가능성은 상당히 유망하다. 아시아권의 PDA 시장의 급속한 성장도 실제적으로 국내 업체들에는 유리하게 작용하는 분야다. 미국이나 유럽 업체의 아시아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이 앞으로 확대되겠지만, 현재로서는 초기 단계여서 시기적으로 시장진출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시점이다. 직접적인 제품의 수출도 향후 2∼3년 동안은 급속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기술 라이선스 등으로 수익모델을 다변화시키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재구(컨텐츠코리아 본부장)=최근 북한과 중국·인도 등에 대한 개발 아웃소싱이 거론되고 있다. 국내의 노동 인건비 상승과 환율차에 의한 기술개발의 국제적 아웃소싱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인터넷 자체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아웃소싱을 통한 요소기술 개발과 이를 국내에서 경쟁력있는 제품화 기술로 연결시킨다면 선진국시장에 소프트웨어 하나만으로도 고부가가치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다. 세계적인 틈새시장을 국내 기술력을 기반으로 해 공략하기 위해서는 국내 업체들끼리 공동브랜드에 의한 공동마케팅과 더불어 저비용에 의한 국제적 아웃소싱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측에서도 이러한 공동브랜드 사업과 관련해 재외 공관 및 KOTRA 등 각종 채널과 현지 이벤트 등에 대한 보다 가시적인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원식(2002년월드컵축구대회조직위 정보통신국장)=그동안 우리나라 정보통신 산업의 수출은 사실 하드웨어 산업이 이끌어 왔다.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분야의 수출 성장률은 하드웨어보다 높지만 규모면에서는 아직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앞으로도 당분간 수출은 하드웨어 분야가 이끌어갈 것이다. 그러나 하드웨어 분야는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빠르게 우리나라를 쫓아오고 있으므로 신제품 개발과 고부가가치화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조만간 이들 국가에 경쟁력에서 뒤지고 말 것이다.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분야는 당분간 우리나라가 동남아시아 국가에 비해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아직 우리나라 기업은 발전 초기 단계로 국제적인 마케팅능력이 매우 취약해 이에 대한 보강이 시급하다.
△이기호(네비스텍 사장)=몇 년전 일본 SI업체와 협력관계로 업무를 제휴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는 일본 업체 주도하에 프로젝트를 수행했는데 이제는 한국의 기술, 특히 인터넷 관련 SW개발부문에서는 오히려 일본의 자문역을 하고 있다. 해외 수출을 위해서는 그간의 경험으로 비춰볼 때 SW 업계의 표준화를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 본다.
△이종희(모다정보통신 사장)=지난해 유난히 벤처 붐이 일면서 회사 내에서 인력수급을 위한 면접에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잘 양성된 전문가가 많이 있다면 우선 우리나라 기술수출에 청신호가 될 것이다. 기업마다 좋은 인재들을 양성하는 일만이 궁극적으로 기술수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공정한 경쟁은 하되, 과당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이 결과적으로 회사에 이득을 가져다 준다. 지난 몇 년 동안 과당경쟁을 하여 프로젝트를 수주한 경우 우리회사나 경쟁회사 모두 결국은 큰 손해를 보게 되었고 이후 도산하는 회사도 봤다. 회사의 생존 여부는 당장의 이득과 손실여부보다는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본다.
△이옥화(충북대 컴퓨터교육과 교수)=실제 생활 속에 기술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술에 문화를 접목해야 한다. 인터넷 활용의 경우 인터넷 접속 기술은 수단이며 정보의 검색이나 처리, 사람과 사람간의 연결 등이 목적이 될 것이다. 사람들의 문화를 알아야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제 기술의 마지막 제품은 완성품이 아닌 계속되는 서비스의 형태로 제공되는 경향이 있다. 서비스의 개념이 도입되면 기술이 활용될 환경의 문화적 이해없이는 고급 서비스가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들의 행동이나 심리적인 이해를 기초로 한 기술구현이 필요하다.
△유광원(이지아이티 사장)=2001년 국가경제의 전망은 그리 밝지는 않다. 산업구조를 볼 때 거의 유일한 희망이 IT분야일 것이다. 성장전망도 그 어느 분야보다도 밝다. 이런 관점에서 IT분야에서 노력해야 할 것이 몇가지 있다. 우선 IMF 시대에 버금가는 실업자에 대한 문제다. 실업률이 3∼4%로 전망되는 바, 이들을 어떻게 IT산업에서 흡수할 수 있는지 대안을 연구해 사회에 희망을 주어야 한다.
△하원규(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정보기반연구팀장)=향후 인터넷의 활용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인터넷도 지금은 전반전이라서 PC와 일부 휴대전화와 무선 PDA가 연결되는 것이 고작이지만 앞으로 수많은 전자제품과 무수한 장치 및 각종 시설물이 인터넷 심장부와 연결되는 상황으로 급속하게 나아갈 것이다. 모든 단말과 장치 그리고 주택·다리·건축물 등이 인터넷과 연결되는 상황을 설정해 과감하게 상상력을 동원하면서 인터넷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는 일에 도전할 때다.
<정리=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사진=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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